반성 없고 책임 떠넘긴 '대통령' 담화..."조건 없이 물러나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11.2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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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담화 "사익 추구 없었다...임기 단축·진퇴 국회에 맡긴다" / 야당·시민사회 "탄핵 모면 위한 꼼수"


박근혜 대통령 3차 담화에 대해 '탄핵' 카드를 피하기 위한 면피성 변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은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큰 심려를 끼쳐다시 한 번 깊이 사죄한다. 백번이라도 사과하는 게 도리"라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밤을 지세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 사진 출처.종합편성채널  캡쳐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 사진 출처.종합편성채널 캡쳐

그러나 대통령의 담화는 사죄에서 끝나지 않고 자기 변명으로 이어졌다.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한 오늘 이 순간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한 일들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은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정치권과 촛불민심의 '즉각' 퇴진 또는 곧 진행될 '탄핵 절차'가 아닌 모든 결정을 국회로 떠넘기는 것으로 마지막까지 책임을 회피했다.

대통령은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 나겠다"고 말했다. 국회 결정 없이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변명과 사퇴 결정을 국회로 떠넘긴 담화에 대해 대구지역 야당과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이들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 "민심을 외면한 시간끌기"라며 "조건 없는 즉각 퇴진"에 한 목소리를 냈다.

대구시국대회에서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든 시민들(2016.11.19.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국대회에서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든 시민들(2016.11.19.중앙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5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이 참여하는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구 박근혜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는 긴급성명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의 즉각 퇴진 요구와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을 피하기 위한 시간끌기, 꼼수"라며 "잘못한 것 없으니 내발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한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내용은 개헌 없이는 대통령 임기 단축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때 개헌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국회로 공을 넘겨 탄핵전선을 흩트리는 것"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꼼수 사과다. 국민 요구는 오로지 즉각 퇴진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구시당(공동위원장 이영재·장태수)도 성명을 내고 "촛불로 타오른 즉각 퇴진의 민심을 외면한 시간끌기이며, 여야 정쟁을 통해 탄핵마저 모면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명백한 사심이며 사익추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하는 자체가 국민 기만"이라며 "국회는 탄핵으로, 국민은 촛불로 즉각 퇴진, 구속 수사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여러분,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의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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