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 쓰는 대구 촛불..."농단세력 모두 척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윤명은 인턴기자
  • 입력 2016.12.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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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후 첫 시국대회 / 5천여명 국채보상로서 하야장미 들고 1분 소등 "즉각 퇴진·공범 처벌" 촉구


탄핵 가결 후 첫 시국대회에 참석한 촛불 시민들(2016.12.10.교보문고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탄핵 가결 후 첫 시국대회에 참석한 촛불 시민들(2016.12.10.교보문고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대구의 촛불이 오늘 밤도 타올랐다.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끈 촛불의 힘은 이제 정권 퇴진을 넘어 국정농단 세력 모두에 대한 척결과 공범자 처벌로 모아졌다. 촛불과 LED '하야장미', 깃발, 피켓을 움켜쥔 시민들은 12월 겨울 저녁 다시 거리로 나와 불을 밝혔다. 촛불민심의 명령에 따른 국회의 탄핵 가결이라는 첫 고비를 넘긴 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진행된 집회. 시민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광장에 모여 대열을 갖췄다.

국채보상로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피켓을 든 한 시민(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채보상로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피켓을 든 한 시민(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일 오후 5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후 첫 시국대회에 참석한 대구 시민 5천여명은 국채보상로 300m를 빼곡히 채워 앉았다. 11월 5일부터 6주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 촛불을 든 15만여명에 달하는 대구 시민들은 이날도 촛불을 들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통령 탄핵 가결로 광장의 민심이 일정 부분 수용돼 촛불의 규모는 지난번보다 줄어들었지만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고 날카로워졌다.

오후 6시. 1분간 모두 꺼진 촛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6시. 1분간 모두 꺼진 촛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다시 켜진 촛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다시 켜진 촛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장했던 광장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가볍고 경쾌했졌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탄핵 가결을 축하하는 의미로 '탄핵 커피', '탄핵 기념 손난로' 등을 무료로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줬고, 유모차 부대도 탄핵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들이 탄 유모차에 '탄핵 가결 축하'라는 문구를 적고 광장을 누볐다. 특히 오후 6시에는 1분간 불을 끈 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에 맞춰 다시 촛불을 켜는 소등행사도 진행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던 이들도 탄핵 가결 후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모습을 보였다. 하야장미를 들고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여든살 남정남 할머니는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걸 후회한다"며 "빨리 내려와야 한다. 내가 준 표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 참회의 마음으로 나왔다. 국정농단 세력은 모두 척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근(18.달성고) 학생도 수능시험 후 첫 집회다. '엄마 탕·아빠 탕·너 탕탕탕' 피켓을 들고 "탄핵 가결 의사봉이 3번 두드려지는 모습을 보고 피켓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탕탕탕' 피켓을 든 임태근 학생(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탕탕탕' 피켓을 든 임태근 학생(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야장미를 든 여든살 남정남 할머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야장미를 든 여든살 남정남 할머니(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퇴진 대구시민행동'은 10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대구시 중구 동성로2가 앞 교보문고 빌딩 앞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6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본무대가 차려진 교보문고 앞 국채보상로 4차선 도로 1차선만 비워놓고 대구2.28기념중앙공원 앞까지 300m가량이 촛불 행렬로 채워졌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2차 시국대회와 비슷한 규모의 5천여명(주최측 추산 7천여명, 경찰 추산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최대치를 이룬 지난 11월 26일 5만 5천여명보다는 줄어든 모양새다. 이날 시민들은 집회 후 2.28공원부터 공평네거리, 봉산육거리, 반월당, 중앙네거리, 교보문고 앞까지 1시간 가량 행진을 하고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하야하락 페스티벌'과 '세월호 콘서트'를 이어갔다.

6차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 5천여명(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차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 5천여명(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들의 구호는 "헌재의 탄핵안 인정, 박근혜 즉각 퇴진·구속, 새누리당 해체, 공범자 처벌" 등으로 집중됐다. 취업준비생 황진하(성당동)씨는 "새로운 시대 앞에 앉아 있다. 국민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 나라를 살리는 것이 촛불임을 우리가 증명했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80년대 민주화세대였던 김현기씨는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했기 때문에 승리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춥지만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자 최일영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정책국장도 "탄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황교안 인정할 수 없다. 박근혜가 임명한 모든 정부관료들 사퇴하고 내려와야 한다. 그때까지 촛불은 꺼져선 안 된다"고 했다. 

반월당 네거리에서 행진하는 시민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반월당 네거리에서 행진하는 시민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국채보상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채보상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인 이금화씨를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경북 성주군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이 참석해 발언과 공연을 했다.

한편 7차 대구시국대회는 오는 17일 오후 5시부터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희망하는 고래 조형물이 행진을 이끌고 있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희망하는 고래 조형물이 행진을 이끌고 있다(2016.12.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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