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내년도 '장애인 탈시설' 정책·예산 축소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12.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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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생활 인프라 신규 확충 '절반' 수준...운영비 20억여원→3~4억원 "시기 조정" / "신뢰 잃었다"


대구시(시장 권영진)가 내년도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관련 사업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운영비도 대폭 축소해 지역 장애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17년도 장애인 탈시설 관련 예산' 중 자립생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자립생활가정 2개소(4억4천만원)과 ▷체험홈 6개소(1억5천만원) 등이 편성됐다. 그러나 이는 대구시가 당초 세운 자립생활가정 5개소, 체험홈 10개소 설립 계획보다 절반 가량 적은 수준이다.

"반토막 난 탈시설 예산...권영진 대구시장은 약속 이행하라"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2016.12.1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반토막 난 탈시설 예산...권영진 대구시장은 약속 이행하라"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2016.12.1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운영비도 대폭 줄었다. 대구시는 올해 자립생활가정 13개소 운영에만 28억8천6백만원을 편성했지만 내년도 편성된 예산은 3억2천2백만원뿐이었다. 자립생활 전 단계인 체험홈 6개소 운영비 역시 올해 21억1천6백만원에서 내년도 4억2천2백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4년 취임 직후 '시설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18년까지 시설거주 장애인 100명 탈시설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기간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자립생활가정과 체험홈 40여개소를 확충하기로 했다.

권 시장이 후보 시절 약속한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의 경우, 올해보다 2천만원 증가한 36억5천6백만원이 편성됐지만 대상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중증장애인 야간순회서비스 사업(3억원)을 내년부터 신규 추진할 예정이다.

대구시 2017년도 탈시설 예산 축소를 규탄하는 장애인단체의 기자회견(2016.12.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시 2017년도 탈시설 예산 축소를 규탄하는 장애인단체의 기자회견(2016.12.1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시는 현재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하루 3시간 보조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중앙정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지역 30개 단체가 참여하는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는 1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는 스스로 했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예산을 축소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는 탈시설-자립생활에 가장 필요한 예산을 오히려 축소 또는 동결시켰다"면서 "희망원 사태 후 수용시설 축소를 동의하면서도 자신들이 세운 계획마저 지키지 않았다. 허울 좋은 말이나 계획이 아닌 예산으로 말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태한 대구시 비서실장이 로비 농성 중인 장애인단체와의 면담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2016.12.1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태한 대구시 비서실장이 로비 농성 중인 장애인단체와의 면담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2016.12.1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권영진 시장과의 면담 요청을 위해 시청에 들어가려 했지만 정문에서 이를 막는 청경들에 의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30분가량 로비 농성이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지만 김태한 대구시 비서실장 중재로 수습되면서 마무리됐다. 이들은 오는 23일 오후 4시 권 시장과 탈시설 정책 관련 첫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 생존권을 위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매번 발생하는 시설비리 문제에 손놓고 있는 대구시를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은애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수석부회장도 "탈시설 예산이 누군가에게는 숫자에 불과할지라도 장애인에게는 절박할 수 있다"면서 "대구시 정책에 따라 수백명의 장애인 삶의 존엄성은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권덕환 대구시 장애인복지팀장은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정책과 함께 다른 장애인 복지 분야도 추진돼야 한다"면서 "사업비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축소된 것은 아니다. 재정 등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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