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글씨로 크게 쓰인 글자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서울역에 내려 지하철로 환승하려던 순간 뭔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했다. 다시 보고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빨간 나이키 모자를 쓴 이 사람이 들고 있는 팻말. "국민의 명령"이라며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한다. 군대에게 "일어나라"고 주문한다. 지난 1월 6일 저녁 서울역 입구다.
사진 속 사내가 부르는 '계엄군'은 80년 광주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시민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학살했다. 헬기로 시민들에게 사격했다는 뉴스가 12일 보도되기도 했다. 아직도 피해자들과 유가족은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희생자들이 잠든 망월동 묘역은 스산하기 그지없다. 5.18이 국가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지만, 그 날을 대표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보훈처가 기념식에서도 제창을 불허해 논란에 있다. 계엄군이 도청으로 들어간 그 날로부터 30여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아직도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계엄과 군대를 부르짖는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나. 망자들을 조롱하는 가짜 보수의 모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