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횡령' 의혹, 천주교대구대교구 신부 결국 구속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1.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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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폭로 협박한 직원에 1억여원 건넨 전 원장...법원 "도주 우려" 영장 발부, 임모 사무국장은 기각


법원이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의 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원장 신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시국사건이 아닌 비리혐의로 현직 신부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방법원(부장판사 오영두)은 19일 대구희망원 전 총괄원장인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배모(63) 신부와 임모(48) 희망원 사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배 신부에 대해서는 "범죄 중대성에 비춰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임 국장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된 희망원 전 원장 배모 신부(2017.1.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구속된 희망원 전 원장 배모 신부(2017.1.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법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3시간가량 배 신부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하고 곧바로 오후 5시부터 임 국장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사 7시간만인 이날 밤 9시쯤 영장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즉각 배 신부를 구속하고 수사를 이어간다. 희망원 사태로 성직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18일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 이진호)는 배 신부에 대해 대구시가 희망원에 지원한 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형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와 2014년 배 신부가 희망원 전 직원의 비자금 폭로 입막음을 위해 1억2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임 국장에 대해서는 희망원 거주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천주교대구대교구 사목공제회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희망원 각종 비리가 불거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검찰의 희망원 건물 압수수색과 직원 상대 수사는 있었지만, 운영주체인 천주교대구대교구 산하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대주교 주교좌 성당 계산성당(2016.10.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대주교 주교좌 성당 계산성당(2016.10.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시국사건이 아닌 비리로 현직 신부가 구속된 것은 첫 사례"라며 "배 신부 구속은 개인비리가 아니라 천주교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의 조직적 범죄를 입증한 것으로 천주교대구대교구 게이트 수사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한편 배 신부는 19일 영장심사 후 "혐의를 인정하냐", "신자들에게 할 말은 없냐", "부끄럽지 않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표정으로 연신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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