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문턱도 못넘은 대구 첫 '청소년노동인권조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2.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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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 새누리당 전원 반대로 보류..."필요성 없다" / 김귀화 의원 "다시 발의 할 것"


청소년들의 노동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대구지역 첫 조례가 보수의 벽 앞에 결국 좌절됐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원회(위원장 이기주)는 3일 '대구광역시달서구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벌인 결과 "본회의 상정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문화위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명만 조례에 찬성하고, 새누리당 5명과 보수성향의 무소속 의원 1명 등 모두 6명이 조례 상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2015.8.18.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2015.8.18.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소년 나이 범위, 청소년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부분, 사업주에 대한 과한  규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 자체를 부정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민주당 김귀화(48) 의원이 일부 조항을 수정해 본회의 상정을 제안했지만, 의석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조차 거부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상임위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칭 '보수단체'들의 조직적인 제정 반대운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총연합회, 충효예실천운동본부, 대한민국역사문화운동본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해병대전우회 등 10여개 단체는 2주 가량 달서구의원들과 달서구 국회의원들에게 문자폭탄, 전화폭탄을 돌리고 의견서까지 보내 조례를 반대했다. "좌편향 교육", "동성애 조장", "반기업 정서"가 주요 이유다. 이들은 앞서 인천시의회의 비슷한 조례도 같은 방식으로 반대해 조례를 보류시킨 전례가 있다.

이기주(56.무소속) 복지문화위원장은 "조례가 생긴다고 청소년노동인권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체불임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면서 "기존 법으로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조례 필요성이 아직 없다. 대다수 의원들 생각이 그렇다"며 "앞으로 제정 가능성이 다시 생길 수 있지만 일단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이 모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반적으로 조례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일부 단체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2014.10.15.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2014.10.15.동성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김귀화 의원은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작정하고 반대해 조례가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했다"며 "상위법에도 걸리지 않고 집행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조례를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일부 단체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대한 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왜 약자인지 설명하라거나, 사업주는 누가 보호하냐고 조례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꼈다"며 "보호받아야할 청소년 근로자들에게 지역에서조차 희망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3월에 반드시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제가 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청소년들을 합법적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하고 노동과정에서 청소년이 다치거나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지자체가 법률지원을 하며 청소년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같은 조례는 서울, 경기도, 광주 등에 이미 제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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