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학생들, 국정화 반대 집회...굽히지 않는 교장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2.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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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백여명 자유발언·서명운동 "연구학교 신청 철회"...학부모·졸업생들도 항의 "조건 없이 포기"
교장 "학생들 선동 당해서 집회, 절차상 문제 없다...23일 교육부 결정 따르겠지만, 보조교재 검토"


'부당한 역사 교과서 선정 철회' 피켓을 든 경산 문명고 학생(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당한 역사 교과서 선정 철회' 피켓을 든 경산 문명고 학생(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는 쓰레기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수 없습니다. 교장선생님 즉각 철폐하십시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2곳 중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들도 국정화 반대에 나섰다.

문명고등학교 학생 2백여명은 17일 오전 9시부터 1시간가량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와 함께 서명운동도 벌였다. 현재 전국에서 연구학교 신청을 한 곳은 문명고와 경북 영주 경북항공고등학교 2곳뿐이다. 앞서 15일 김천고, 16일 구미 오상고는 학생들 반대로 신청을 포기했다. 문명고와 항공고만 신청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역사왜곡 교과서 철회...문명고 학생들의 집회(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역사왜곡 교과서 철회...문명고 학생들의 집회(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명고 2, 3학년 학생 2백여명은 오전 자율학습 시간 전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학교의 국정화 채택을 반대하는 자율발언을 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X'자 마스크를 쓴채 집회에 나섰다. 학생들은 자신들 의견 없이 역사왜곡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일방 채택한 것에 분노했다.

문명고 학생 2백여명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집회(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명고 학생 2백여명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집회(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역사 왜곡 교과서 철회', '우리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 아닌 학생이다', '학교는 부당한 역사교과서 선정을 철회하라', '우리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 '보조교재 활용도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생은 장문의 반대 이유서를 피켓으로 만들었다.

전모 학생회장은 "우리는 누군가의 선동으로 나온 게 아니다"며 "학교가 왜곡 교과서를 우리 모르게 채택한 사실에 분노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보조교재 사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 즉각 신청을 철회하라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뜻"이라며 "우리들의 분노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 철폐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태동 교장이 국정교과서 채택에 대한 이유를 설명 중이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태동 교장이 국정교과서 채택에 대한 이유를 설명 중이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생들 반발이 이어지자 김태동 문명고 교장이 발언대에 섰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5대4로 연구학교 신청 결정이 났다"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어 철회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오늘(17일) 교육부에 학생들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발송하겠다"며 "23일 교육부가 철회하라고 하면 결정을 따르겠다. 다만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끝까지 국정교과서 사용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학생들은 집회를 해산했다. 만약 23일에도 신청을 유지하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학부모들과 졸업생 등 30여명도 학교에서 반대 운동을 펼쳤다. 신입생 학부모 김모(49)씨는 출근도 미루고 왔다. "전국에서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 교과서를 왜 우리 아이만 배우냐"며 "바르지 못한 역사를 학교가 앞장서서 가르친다니 황당하다. 학생들이 싫다는데 왜 끝까지 강행하냐"고 비판했다.

학부모들과 졸업생들도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 중이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부모들과 졸업생들도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 중이다(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다른 학부모들도 "인터넷에선 문명고보고 쓰레가 학교라고 비난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교장선생님의 독단을 바로잡으라", "쓰레기 교과서는 조건 없이 포기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즉각 학교 안으로 들어가 다시 교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교장은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전교조 같은 특정단체에 선동 당해 집회를 하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 집회에 학부모들까지 합세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은 않다"고 싸잡아 비난해 학부모들 항의를 받았다. 또 국정화 채택 반대에 나선 최모 교사 보직해임에 대해서도 "문제는 없는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산 문명고 일대에 걸린 국정화교과서 철회 촉구 현수막(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산 문명고 일대에 걸린 국정화교과서 철회 촉구 현수막(2017.2.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전교조경북지부, 민주노총경산지부, 경산녹색당 등 시민사회도 아침부터 학교 주변에 "국정교과서 철회 행동에 함께 나서겠다", "학생들을 실험도구로 삼지마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반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50~60대 시민 20여명은 학교 앞에서 '국정화 채택 환영' 집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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