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보, 수문 열리고 강물 흐르자 모래가 돌아왔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3.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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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현장조사 / '4급수' 실지렁이 살던 뻘밭, 수위 낮춘 뒤 모래층 퇴적..."상시 개방으로 재자연화"


달성보에 수문이 열리고, 물이 흐르자 악취 나는 뻘밭은 고운 모래로 뒤덮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모래를 파내고 보를 설치한지 9년만이다.

달성보 수문 개방으로 강물이 흐른지 8일 째인 27일 오전. 대한하천학회와 국회의원 이원욱(경기화성시을) 의원실은 '4대강 수위저하 시범운영' 후 첫 낙동강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26~27일 이틀간 구미보·창녕함안보 수중촬영을 비롯해 최근까지 수문이 개방됐던 달성보 상·하류에서 수위 변화에 대한 환경생태 변화를 관찰했다.

사문진교 아래 퇴적된 뻘밭 위로 쌓인 모래층(2017.3.27.경북 고령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 퇴적된 뻘밭 위로 쌓인 모래층(2017.3.27.경북 고령군)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서 발견된 모래와 검은 뻘(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서 발견된 모래와 검은 뻘(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위가 2~3m 가량 낮아진 달성보 인근에서는 물이 빠지면서 수면 아래 잠겼던 수 백㎡ 규모의 강바닥을 볼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16일부터 6일간, 3월 13일부터 7일간 두 차례 수문을 개방하면서 관리수위인 14m에서 지하수제약수위인 10.8m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번 방류로 달성보에서만 1.7억㎥의 물이 빠졌고, 수위는 평균 2.48m, 지하수위는 9~89cm가 내려갔다.

현재는 방류를 중단하고, 수위를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단계다. 특히 달성보 상류 20km지점에 위치한 사문진교 아래 우안(고령방면)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유물이 퇴적돼 악취가 나는 검은 뻘과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됐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4대강 사업 이전에만 볼 수 있었던 모래층이 쌓여 있다. 보문 개방으로 강물이 흐르면서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난 지점에서 쌓인 모래와 침식돼 생긴 모래가 이곳에 쌓였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달성보(2016.9.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달성보(2016.9.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수위저하 시범운영으로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강 바닥(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수위저하 시범운영으로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강 바닥(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펄스(Pulse) 방류란 강이나 하천에서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정부는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여름마다 발생하는 녹조현상을 막기 위해 수문을 개방해 물을 흐르게 하고 있다. 이번 시범운영은 낙동강의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3곳을 비롯해 전국 6곳에서 이뤄졌으며,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4월부터 전체 16개 보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사문진교 아래 쌓인 모래를 파내자 검은 뻘이 쌓여 있었다(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 쌓인 모래를 파내자 검은 뻘이 쌓여 있었다(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령군 사문진교 아래 낙동강서 발견된 실지렁이(2016.8.3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령군 사문진교 아래 낙동강서 발견된 실지렁이(2016.8.31)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일시적 수위 저하에도 생태계는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인다"며 "재자연화를 위해 상시 수문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은 "여전히 뻘에는 실지렁이, 깔따구 등이 서식할 가능성이 높지만, 무엇보다 다시 물이 차면서 뻘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 향후 재자연화 현상에 대한 관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 방류에 따른 생태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종이 폐사하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급격한 변화로 4대강 사업 후 강변을 따라 형성된 뻘에서 서식해왔던 생태가 모조리 서식처를 잃게 됐다"며 "수위 저하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고려해 환경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수위가 낮아지면서 생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죽은 자라(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갑자기 수위가 낮아지면서 생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죽은 자라(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고령군에서 농사를 짓는 곽상수(49)씨는 "과거 사문진교 인근에서는 정기적으로 모래를 채취해 팔았다. 이번 조사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모래를 볼 수 있었지만, 수위는 더 낮아져야 한다"며 "상시적인 수문 개방으로 강을 흐르게 해 예전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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