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30년, 다시 광장에 선 촛불 주인공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6.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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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기념식 / 87년 직선제 386과 효순이·미선이 청소년, 광우병 앞치마부대 또 촛불시민의 '민주주의'


"시민 여러분 전경들이 최루탄을 던집니다. 흩어져선 안됩니다. 살인마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립시다"
 
6.10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저녁 7시. 대구 중구 동성로2가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 30년전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호헌철폐와 직선제를 외치며 시위 대열 선두에 섰던 박형룡(52)씨가 다시 대구 광장에서 주먹을 쥐고 이 구호를 외쳤다. 그와 함께 당시 6월항쟁 역사의 현장에 섰던 동지들이 뒤를 따랐다. 20대 청년들은 어느덧 쉰이 됐다. 386세대들이 대구 광장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외쳤다. 

박형룡 87년 6월항쟁 당시 경북대총학생회장(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형룡 87년 6월항쟁 당시 경북대총학생회장(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0년 전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불렀던 안치환의 노래 '흔들리지않게'를 부르며 무대에 오른 그는 "사과탄, 지랄탄, 최루탄이 날라오면 미친 듯이 달려던 그때가 떠오른다"며 "6월 10일부터 26일까지 거리에서 전경에 맞서 민주주의 함성을 외쳤다. 그리고 노태우가 직선제를 받아들여 승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미완의 혁명으로 결국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고 지난해 아들과 함께 광화문에 섰다. 6.10이 절차적 민주주의 획득을 위한 투쟁이었다면 지난해 촛불혁명은 부패한 정권을 심판한 투쟁이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구경북민주운동계승사업회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이 참여하는 '6월민주항쟁30주년대구경북위원회'는 10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1987-2017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6월항쟁 30주년 대구 기념식·시민한마당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2백여명이 참석했다.

6.10항쟁 30주년 대구 기념식(2017.6.10.대구백화점 민주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10항쟁 30주년 대구 기념식(2017.6.10.대구백화점 민주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당시 촛불청소년이었던 이상수씨(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당시 촛불청소년이었던 이상수씨(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날 무대에는 1987년 6월항쟁, 2002년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미선이 사건으로 인한 소파개정 집회, 2008년 한미FTA 광우병 쇠고기 반대 집회,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 등 지난 30년간 대구에서 열렸던 집회의 주인공들이 다시 광장에 나와 30년 대구 광장사(史)를 돌아봤다.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당시. 주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중학생 소녀 효순이와 미선이의 사건으로 촉발된 소파개정 집회. 현재 30대가 된 이상수씨는 당시 촛불청소년으로 거리에 서서 불평등한 한미 소파법 개정을 외치며 평화를 염원했다. 그는 "효순이 미선이를 살려내라. 한 네티즌이 촛불을 들자고 제안했고 하나의 촛불이 수 천, 수 만으로 번지는 것을 보며 감동했다"며 "당시로서는 조금은 낯설었던 반미 구호가 그때는 정말 절실했다. 미군의 명백한 과실이었지만 국가와 언론이 취하는 무책임한 태도와 침묵, 굴욕적 태도에 화가 나 촛불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오른쪽)2008년 한미FTA 광우병 쇠고기 반대 앞치마부대였던 이경선씨(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른쪽)2008년 한미FTA 광우병 쇠고기 반대 앞치마부대였던 이경선씨(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6년 박근혜퇴진 촛불집회에서 사회자였던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16년 박근혜퇴진 촛불집회에서 사회자였던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간은 흘러 2008년. 광장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명박 정권의 한미FTA 협상과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두고 촛불이 타올랐다. 엄숙했던 과거 집회는 이제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노래와 춤, 공연, 자유발언, 풍자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당시 40살이었던 주부 이경선씨는 앞치마를 두르고 냄비를 두드리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집회에 나섰다. 지금은 중학생이된 당시 7살 딸의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광장에 나왔다. 이씨는 "사건이 터지고 무서웠다. 하지만 어떻게하면 좀 더 안전한 먹거리를 아이, 이웃, 시민들과 나눌 수 있을까하다 앞치마부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촛불혁명을 이끈 2016년 박근혜 퇴진 대구 촛불집회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랐다. 모두 19번 광장을 빛냈던 대구 촛불은 박근혜 파면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적폐청산을 내 건 민주정부로 정권이 교체됐고 새 정부 임기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촛불혁명 주인공들은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대구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맡았던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우리는 30년 광장과 다른 광장을 마주하게 됐다. 더 제대로된 더 깊이 있는 더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낯선 구호가 들어와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야 한다. 우리 손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또 다시 쓰자"고 했다. 

한편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대구시는 이날 6월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앞서 대구백화점 앞 벤치에서 '민주광장' 표지석 제막식을 가졌다. 이 표지석은 서문시장역 4번출구 앞에도 세워졌다.

대구 '민주광장' 표지석 제막식(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민주광장' 표지석 제막식(2017.6.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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