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50년의 질곡..."박근혜 적폐 청산하고 시민의 대학으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6.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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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노조·동문·최염 "박근혜 복귀 후 재정위기...진정한 재단정상화 위해 이사회 개편·총장직선제 부활"


영남대학교가 박정희 강압으로 통합된지 올해로 50년째다.

질곡의 역사를 거쳐 온 대학 구성원들은 학내 "박정희·박근혜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내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8년 부르짖은 '총장직선제' 구호가 29년만에 교정에 재등장했다. 교수회, 노조, 동문회, 비정규강사, 학생을 포함해 영남대 설립자 후손인 최염(84) 선생도 학내 민주화를 외쳤다.

13일 영남대 교수회·영남대 직원노조·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영남대의료원노조·영남대 민주동문회는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대가 맞이한 초유의 재정위기 사태에 재단은 책임져야 한다"며 ▷이사회 개방과 투명한 절차에 따른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회 전면 재구성 ▷재단정상화 후 추락한 대학자율성, 독립성, 학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총장·학장·재단 산하기관장 직선제로 전환 ▷박정희·박근혜와 관련된 인사들의 영남대로부터 완전한 전면 사퇴 등 3가지를 촉구했다.

"영남학원 적폐청산"을 외치며 행진 중인 대학 구성원들(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학원 적폐청산"을 외치며 행진 중인 대학 구성원들(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1947년 경주 최부자 최준 선생·영남유림 공동출연으로 설립된 민립대 대구대와 1950년 최해청 선생이 시민대로 설립한 청구대가 영남대 모태"라며 "지역 인재를 키워 국가에 기여하고자 했던 것이 뿌리"라고 했다. 하지만 "1967년 박정희가 두 대학을 강제통합해 출범한 영남대는 '교주 박정희' 시대를 지나 1980년 딸 박근혜가 재단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사적 이익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측근들에 의해 자행된 입시 부정과 학원 소유자산 매각 비리 등으로 1988년 쫓겨난 박근혜 재단은 허구적 공약과 비정상적 절차를 통해 2009년 다시 영남대로 복귀했다"며 "재단정상화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기만적인 정상화"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재단을 불러온 일등공신 '노석균' 교수는 재단정상화 후 첫 해 총장에 선임돼 박근혜 정권 하에 수 년간 전국 최상위권 국고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재정위기를 겪었다"면서 "6백억대 적자로 대학운영은 파탄에 이르렀고 독단적 총장과 재단 하에 대학자치, 민주주의는 추락했다"고 했다.

때문에 "재단정상화가 무엇이었는지 대학이 무엇인지 다시 엄중히 묻는다"며 "기금 한 푼 내지 않고 설립자가 된 박정희와 재단 주인이 된 박근혜처럼 재단 역시 아무 기여 없이 영남학원을 주무르고 있다. 박정희 신화가 드리운 영남대 공공성 회복을 위해 영남학원 적폐청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5개 단체는 정상화를 위한 공청회·토론회를 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 시민사회·국회와도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학내에선 교수회, 학외에선 '영남대 재단 정상화 범시민대책위'가 주축이 된다.

(왼쪽부터)최염 선생, 강광수 의장, 정지창 전 교수(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최염 선생, 강광수 의장, 정지창 전 교수(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적폐청산 촉구 기자회견(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적폐청산 촉구 기자회견(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백발이 성성한 여든이 훌쩍 넘은 노구를 이끌고 영남대에 선 최염 선생은 절절한 호소를 했다. 발언 중간 중간 울컥한 듯 말문을 잇지 못했다. "영남대는 박정희나 박근혜의 것도 아니고 우리 가문의 것도 아닌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것"이라며 "죽기 전 영남대가 정상화 되는 것을 보고 싶다. '내 뜻에 반해 탄생한 학교지만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라'는 할아버지 유언을 따르고 싶다.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했다.

강광수(52)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정상화 9년간 재정은 파탄, 학내 민주화는 후퇴했다. 슬퍼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면 대학 자율성과 학내 민주주의는 되찾을 수 없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 비판을 이유로 명예교수직 심사에서 탈락한 정지창(69) 전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도 마이크를 잡았다. "1988년 40대 소장파 교수로 박근혜를 쫓아냈다. 그러나 오늘날 다시 박근혜가 복귀해 학교가 엉망이 되버렸다"며 "영남대가 더 이상 박정희와 박근혜의 신앙공동체가 아닌 학원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박정희 시대의 적폐청산을 하는 것이 결국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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