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제고사' 치는 날, 선생님들 '완전폐지' 1인 시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6.20 14: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집학교 24곳+신청 20곳, 내부 의견수렴 없이 교장 단독 신청도...등굣길 학생들 "힘내세요" 응원


대구서변중 윤혜경 선생님의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서변중 윤혜경 선생님의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일제고사 치는 날 아침. 대구지역 선생님들이 일제고사 희망학교에서 '완전폐지' 1인 시위를 벌였다.

20일 아침 7시 40분 대구 북구 칠곡지구 대구서변중학교 교문 앞. 이 학교 교사 윤혜경(55) 선생님과 지난 2월 이 학교를 퇴임한 한현숙(54) 선생님은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반대 피켓을 들었다. 일제고사 표집학교(대구 24곳)가 아니지만 학교장이 구성원들 내부 의견수렴 없이 단독으로 일제고사 희망학교 신청을 하면서 3학년 전체 학생들이 결국 일제고사 시험지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의 1인 시위를 지켜봤다. 학생들은 두 선생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며 동시에 "힘내세요"라는 작은 응원의 말을 건넸고 몇몇 학생들은 궁금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의 시위 모습을 지켜보다 교문을 지났다. 어떤 학생들은 멀리 떨어진 운동장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선생님들의 뒷모습을 향해 '엄지척'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서변중학교의 경우처럼 일제고사 표집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제고사 희망학교에 신청한 대구지역 학교는 중학교 17곳, 고등학교 3곳 등 모두 20곳에 이른다. 이날 전교조대구지부(지부장 손호만) 조합원들은 서변중을 포함해 일제고사 희망학교 3곳 앞에서 일제고사 완전폐지 1인 시위를 벌였다.

등굣길 학생들 앞에서 한현숙 선생님도 피켓을 들었다(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등굣길 학생들 앞에서 한현숙 선생님도 피켓을 들었다(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윤혜경 선생님은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 없이 교장 선생님이 시험을 밀어붙였다"며 "기말고사를 앞두고 굳이 치지 않아도 되는 시험을 우리 학교 학생들만 치게 돼 다시 경쟁교육의 폐해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고사는 경쟁교육과 성적 스트레스를 강압하는 대표적 교육 적폐기 때문에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불완전한 폐지로 약하다. 완전 폐지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한현숙 선생님은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원하지 않는 시험을 교장 선생님 혼자 결정으로 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일제고사 폐해가 대구에서 얼마나 많았나. 오직 1등만을 위한 시험 일제고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야말로 교육비정상화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율이란 이름으로 학교에 책임을 떠넘긴 대구교육청도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겨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4일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전수조사하는 일제고사의 '경쟁교육' 폐해를 막기 위해 기존의 전수평가를 폐지하고 표집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9년만에 일제고사가 폐지된 셈이다.

대구에서는 중·고교 각각 12곳 모두 24곳이 표집에 포함돼 나머지는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 자율시행 방안을 내놔 '불완전한 폐지'의 불씨를 남겼고 결국 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은 희망학교 신청을 받아 표집이 아닌 학교도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했다. 표집에 더해 희망학교 신청을 받아 일제고사 시험을 치룬 곳은 대구, 경북 등 대전, 울산, 인천 모두 5개 지역이다.   

한편 전교조경북지부(지부장 김명동)는 지난 19일 경북도교육청(교육감 이영우) 앞에서 일제고사 표집학교 23곳 외에 비표집학교 전체에 대해 일제고사 시험지를 배포한 이 교육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시행 방식 전국 비교 / 자료 출처.전국교직원노조
일제고사(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시행 방식 전국 비교 / 자료 출처.전국교직원노조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