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농사를 지으며 두 자식을 키우다 이제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30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생각해 매일을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의 김정숙(49)씨가 동명이인 영부인 김정숙(63) 여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김씨를 비롯한 성주군 여성들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당부하며 쓴 편지를 읽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 전했다.
또 지난 1년간 주민들의 사드반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 효과(감독 박문칠)' 초대권 2장도 함께 전달했다. 김씨는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는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영화에는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있습니다. 성주 주민들이 지난 1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생업에 매달려 자식들을 키웠던 평범한 중년 여성들은 지난해 7월 성주 사드배치 발표로 하루 아침에 일상을 빼앗겼다. 전자파에 대한 공포로 시작됐던 이들의 사드 반대는 한반도 평화와 자주국방을 바라는 운동으로 번졌다.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만들고, 그 뜻을 전국에 알리려 광화문으로, 국회로 향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사드 반대운동을 해왔다.
이수미(53)씨는 "그동안 국내·외 정치이슈는 제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광장으로 나온 학생, 옆집 참외 농사꾼에게 퍼부어지는 '종북', '좌파', '외부세력'이라는 비난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는 무뎠던 시각들이 날카롭게 변했다"며 "전국의 성난 민심은 국정을 농단했던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그 사이 소성리에는 사드가 불법으로 배치됐다. 작은 성주의 날개짓이 토네이도가 될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했다.
한 50대 여성도 "지난 7월 이후 성주의 일상은 무너졌다. 군인·경찰 병력이 마을에 배치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극우단체가 주민들에게 막말하고,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면서 "국민의 주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국가인가. 한미정상회담 전 사드배치 과정 영상 찾아보시길 바란다. 주권을 회복하고, 사랍답게 살기 위해 사드 철회되는 날까지 촛불 들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무더운 여름에 시작한 성주의 사드반대 운동은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여름을 맞았다. 경찰에 둘러싸인 채 사드가 마을에 들어온 모습을 지켜봤던 이들은 새 정부에서도 사드배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강력한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극우 단체가 마을에서 사드 찬성집회를 열고, 주민들을 향해 막말과 욕설을 한 일이 발생해 이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는 27일에도 1,000명의 대규모 집회를 열고, 마을회관을 지나 진밭교까지 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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