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치맥축제, 휠체어 장애인 통제 논란...인권위 '차별' 조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7.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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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들어가면 사람 다친다"며 1급 지체장애인 출입 막아 / 인권위 진정 "장애인 배제, 공개사과"


대구치맥페스티벌 경호 직원들이 휠체어 탄 장애인 출입을 막고 있다(2017.7.22) / 사진 제공.마모씨
대구치맥페스티벌 경호 직원들이 휠체어 탄 장애인 출입을 막고 있다(2017.7.22) / 사진 제공.마모씨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 출입이 통제돼 논란이 일자 국가인권위가 조사에 들어갔다.

1급 지체장애인 대구 시민 마모(59)씨는 "대구치맥축제 주최 측 직원들이 축제 당시 휠체어를 이유로 자신의 출입을 막았다"며 25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권혁장)에 '장애인 차별'과 관련해 진정을 냈다. 대구사무소는 마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축제 주최 측과 대구시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간다.

마씨에 따르면, 대구치맥축제가 열린 지난 22일 오후 축제 현장인 두류공원 광장을 찾은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펜스 안 잔디밭으로 진입했다. 본 행사 전이었지만 이미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광장 3분의 1 지점 쯤 들어갔을 무렵 경호팀 직원들이 손을 흔들며 출입을 막았다. 치맥축제 경비를 담당하고 있던 P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었다. 축제를 주최한 대구시 공무원도 나타났다. 그는 '대구광역시 농산유통과'라고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손을 펜스 밖으로 뻗어 나가라는 제스처를 했다.

이유를 묻자 한 경비팀 직원은 "휠체어가 들어가면 사람이 다친다"고 밝혔다. 마씨가 "다른 사람들은 들어갔는데 휠체어만 막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항의했지만 직원들은 "입장을 이해해달라", "그게 왜 모욕적이냐", "펜스 밖으로 돌아 가라", "굳이 이쪽으로 가야겠냐"며 끝내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주최 측으로부터 출입을 통제 당해 펜스까지 간 1급 지체장애인 마모씨 / 사진 제공.마모씨
주최 측으로부터 출입을 통제 당해 펜스까지 간 1급 지체장애인 마모씨 / 사진 제공.마모씨

20분간 휠체어 출입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진 뒤에야 현장을 총괄하는 공무원이 나타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어제 휠체어, 유모차가 몰려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있으면 가능하면 안전을 위해 휠체어 진입을 조심해달라고 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주의를 주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당일 사건은 공무원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마씨는 장애인 전체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결국 인권위에 공식적으로 진정을 내게 됐다. 그는 "100만여명이 찾는 대구의 대표 축제인 치맥축제에 장애인 인권은 없었다"며 "대구시와 치맥축제 주최 측은 장애인 차별과 배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다시는 지자체 축제 현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권혁장 대구인권위 소장은 "장애인 휠체어 출입을 막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축제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등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도록 대구시가 용역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사전 교육을 시키는 일이 필요해보인다. 조사를 통해 차별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2011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 때 대구시가 '정상인만 참가 가능하다'며 장애인 참여를 막은 것과 비슷하다"며 "휠체어는 장애인에게 다리다. 다리가 위험하니 출입을 막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대구시는 장애인의 안전한 축제 참여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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