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대북제재보다 남북 경제협력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8.10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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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북중 경제협력 고도화로 제재 무의미...미국과 다른 우리의 이익, 가만히 있으면 위험"


"북한과의 관계는 정상회담보다 말로 강하게 비난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의 이익은 다르다. 한반도 문제이기 때문에 당사자인 우리가 더 절실하게 나서야 한다.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는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종석(59) 전 통일부장관은 9일 대구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최근 불거진 '한반도 8월 위기설'에 대해 한국의 균형자 역할을 강조했다. 또 "북한과 중국간의 경제협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대북 제재가 무의미하다"며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59) 전 통일부 장관(2017.8.9.전교조대구지부 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종석(59) 전 통일부 장관(2017.8.9.전교조대구지부 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강연은 '국경에서 그려보는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수성구 범어동 전교조대구지부 강당에서 저녁 7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강연은 통일경제포럼대구경북지부, 민주노총대구본부통일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 겨레하나대구경북지역본부준비위원회 등 4개 단체가 주최한 '2017대구시민통일학교'의 다섯번째 강연이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에 따른 미국의 강경대응 기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합의하고,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아니게 됐다"며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가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걸 두려워해선 안된다"며 "우리의 이익을 관철하도록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위기설이 없어지길 바라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경제 개방을 공식화하고 중국과의 공동경제특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북한 주민 15만명이 중국, 러시아 등에서 일하고 있고, 400여곳에 이르는 장마당이 활성화돼 있다"며 "북중간 경제협력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24조치 이후 모든 길이 막히면서 북한은 남쪽에 팔 물건을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중개무역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며 "개성공단도 끊기면서 값싼 노동력이 중국 국경으로 갔다. 조치를 하면 뭐하는가. 북한-중국과의 교류를 막지 못한 채 휴전선만 막아선 제재는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북중 국경과 한반도 미래'를 주제로 강연 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2017.8.9.전교조대구지부 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북중 국경과 한반도 미래'를 주제로 강연 중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2017.8.9.전교조대구지부 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 전 장관은 또 "타격은 받겠지만 북한을 무릎 꿇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강한 핵을 만들고 ICBM을 만들 뿐"이라며 "시장친화적 경제로 내부동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제재가 아닌 남북협력이 필요하다. 군사안보 문제는 군사적으로 해결하고, 경제협력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인구절벽, 저성장 등 난관에 빠진 한국의 경제가 살아갈 기회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도 휴전선을 기회의 창으로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철광석, 무연탄을 두고 수 만리길 너머의 인도, 호주에서 수입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입만 열면 경제 이야기를 하면서 왜 교류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 때 이어놓은 길도 다 끊겼다"고 했다. 또 "북핵은 제재를 통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안 되는걸 부여잡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또 "통일에 대한 반대가 많은 이유도 북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깊어서"라며 "핵 문제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조됐다. 객관적인 이야기만 해도 종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에 대한 국민여론은 정세를 반영하게 돼 있다. 남북 관계가 달라지면 인식도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2003~5년 국가안전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거쳐 2006년 NSC 상임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특별수행원에 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외교안보통일 분야 전문 연구원인 세종연구소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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