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박람회서 장애인 22명 뽑아 한 달만에 전원해고라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8.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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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관광버스, 대구시 주최 취업박람회서 채용 후 퇴직 강요...시민단체 "심각한 차별" / 시 "구제 방안 연구"


대구지역 한 관광버스업체가 장애인들을 채용한 뒤 한 달만에 전원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24일 대구시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와 대구광역시장애인복지관협회가 주관한 '대구광역시 장애인 취업박람회'가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렸다. 당시 이 행사에는 지역업체 50여곳이 직·간접적으로 참가했고 사업주와 장애인의 1대1 면접을 통해 100여명이 취업을 했다.

뇌병변장애 6급인 40대 A씨는 당시 북구 D관광버스에 '장애인관리'라는 이름의 사무직으로 채용됐다. 인천에서 온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은 마사지사를 관두고 업체에 고용됐고, 청각장애 5급, 뇌병변 3급, 지적장애 2.3급 등 칠곡, 거제시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중증장애인들도 있었다. 이후 A씨는 이들과 함께 직업능력개발원에서 한 달 무급 텔레마케팅 직업 교육을 받고 7월부터 회사에 출근했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주고 퇴직을 강요하는 D관광버스 측 관계자 / 사진 제공.해고자 A씨
장애인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주고 퇴직을 강요하는 D관광버스 측 관계자 / 사진 제공.해고자 A씨
2017 장애인 취업박람회 공고 / 자료 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홈페이지
2017 장애인 취업박람회 공고 / 자료 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사 홈페이지

하지만 취업의 기쁨을 누릴 틈은 없었다. 사측 관계자는 출근 20일째 되던 날 A씨와 다른 장애인 직원을 불러 밥을 사주며 "회사 사정이 어려워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며칠 뒤 사측은 장애인 직원들만 한 자리에 따로 모아놓고 '개인 사정으로 퇴사한다'는 각서를 쓰게했다. 저항하거나 항의하는 이들은 없었다. 장애인 직원 22명은 7월 30일자로 모두 일터를 떠나야 했다. 아주 조용한 해고였다.  

임금도 절반 가량만 줬다. A씨가 정산 받은 임금은 올해 최저시급 6,470원을 기준으로 43만7천원, 다른 장애인 동료가 받은 임금은 52만원. 원래 받기로 한 임금의 절반 수준인 60%만 지급된 셈이다. 사측은 최초 채용일로부터 6개월은 수습·시용기간으로 최저임금 60%만 지급해도 된다고 강변했다. 

A씨는 "황당하고 억울하다. 왜 잘못됐는지 모르는 친구들이니까. 부당하게 해고해도 항의하지 않으니까 막무가내로 쫓아내는 것 같다"며 "나는 가장이고 애도 있다. 다른 일자리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 마음 같아선 고소를 하고 싶은데 잘 모르고 또 다른 피해가 올까 그냥 생각을 안하고 싶다"고 했다.

A씨와 이 업체의 연봉근로계약서
A씨와 이 업체의 연봉근로계약서
D관광버스에서 한 달만에 해고된 장애인들의 명단
D관광버스에서 한 달만에 해고된 장애인들의 명단
 
이번 사태는 A씨 등 일부 해고자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단체에 항의를 해 뒤늦게 알려졌다. 공단 측은 "우리도 잘 몰랐다. 처음 있는 일이라 황당하다"면서 "공공근로나 다른 일자리 주선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신분을 악용한 기업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장애인들이 하소연할 겨를도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아주 심각한 장애인차별"이라며 "비슷한 피해 사례가 없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전수 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명숙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박람회에서 이런 일이 처음 발생해 많이 당황스럽다"며 "일단 대구시가 취업박람회를 연 것은 맞기 때문에 문제 상황을 파악하여 고용공단과 함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 다른 일자리에 빨리 취업을 알선하겠다"고 했다. 또 "다시는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취업 후 상황도 확인하고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D관광버스 대표이사는 평화뉴스 취재 후 22일 늦게 "D고속입니다. 7월 급여가 전액 지급되지 못하고 수령액의 60%를 지급해 사과드립니다.나머지 40%는 8월 31일까지 전액 지급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A씨 등 해고된 장애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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