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길' 수놓은 벽화들, 재정비사업에 철거되나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9.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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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2억 들여 연말까지 80%대 교체 "관광 개선" / 예술계 "함께 만든 길, 독점 중단·협의체" 요구


지역 예술가, 상인들이 그린 김광석 길 벽화(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지역 예술가, 상인들이 그린 김광석 길 벽화(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 중구 '김광석 길'의 상징인 벽화들이 철거 될 위기에 놓였다.

해당 지자체인 중구청(청장 윤순영)이 관광인프라 재정비사업 차원에서 연말까지 벽화 40여점 중 대부분을 철거하고 업체 입찰 후 교체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계는 반발하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방천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대구가 고향인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노래 제목을 주제로 방천시장 옆 300m 골목에 공동으로 벽화를 그려 시장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또 일방적으로 예술가들의 작품을 없애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구청은 뒤늦게 예술계와 입장을 조율하고 있지만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계는 업체 입찰을 통한 재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다음 주부터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벽화 앞에서 사진 찍고 있는 시민들(2016.6.1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벽화 앞에서 사진 찍고 있는 시민들(2016.6.1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일 중구청에 따르면, 대구시 중구 달구벌대로 2238(대봉동)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350m 골목길 벽화 40여점 중 80%대에 가까운 25~30여점이 연말까지 교체된다. 대구시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에 선정돼 구·시비 1억원씩 예산 2억원을 들여 관광객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특히 중구청은 김광석씨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를 모티브로 한 '훈련소로 가는 열차' 조형물과 홍보입간판을 설치한다. 지난달 16일 용역업체 입찰을 공고해 3곳이 신청했고 선정되면 연말에 완공한다. 

김남훈 중구청 관광시설팀장은 "거리 조성 후 많은 시간이 지나 칠이 벗겨지고 훼손된 그림이 많다"며 "관광지 개선을 위해 재정비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조성 때와 사업 성격이 달라 개별 작가 참여는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면서 "대신 예술성은 계약을 통해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역 예술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 (사)인디053,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 등 당초 벽화 작업에 참여한 예술단체들은 ▷민관이 함께 만든 김광석 길에 대한 중구청의 일방 행정 ▷예술가들 작품을 협의도 없이 철거하는 점 ▷작품 저작권에 대한 중구청의 독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사업 중단"과 "민관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는 사흘째 중구청을 규탄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100여명이 참여했다. 오는 4일 오후 2시에는 김광석 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구청에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 그려진 벽화(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 그려진 벽화(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40여점이 그려져있다(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40여점이 그려져있다(2017.9.1.중구 대봉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창원(38) 인디053 대표는 "김광석 길이 자신들 소유라는 중구청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민관이 함께 만든 길을 성과를 이유로 독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상훈(41) 대구민예총 사무처장도 "이름없는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작품을 중구청은 하나의 소유물로 보고 있다"며 "예술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는 촉매제로 쓰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천시장은 김광석 길 조성 후 거리가 뜨면서 땅값과 임대료도 동시에 폭등해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지역이 개발된 후 원주민 내몰림 현상)'으로 수 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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