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간부, 10년 넘게 '성추행·갑질'...징계는 6개월 정직?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0.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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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농협 간부, 13년간 하급 여직원 20여명 성희롱·성추행...인사위, 해직→정직 하향 징계
노조, 경찰 고발ㆍ여성단체, 노동부 고발 검토 "농협중앙회 책임방기, 가해자 처벌·대책안 마련"


대구은행에 이어 이번엔 대구 성서농협 간부 A씨가 10여년간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점이 '해직'에서 '정직'으로 징계 수위를 낮춰 결국 노조가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는 11일 성서농협(조합장 김동배) 부지점장급 3급 팀장 50대 남성 간부 A씨를 '직장 내 성추행', '성희롱', '모욕죄', '폭행' 등의 혐의로 대구성서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에 제출된 피해자들 진술을 보면 간부 A씨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간 성서농협 20~30대 하급 여직원 20여명을 성희롱, 성추행했다. 여직원들에 대한 사적인 만남 강요, 스토킹,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물 전송, 부당업무지시, 외모비하 같은 폭언, 성추행, 폭행까지 있었다는 주장이다.

간부의 여직원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대구 성서농협(2017.10.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간부의 여직원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대구 성서농협(2017.10.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마다 피해자들이 발생했지만 문제는 공론화되지 않았다.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한 사업장 내 고충처리상담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피해 수위는 매년 높아졌다. 참다 못한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올해 상반기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성서농협 인사위(8명)는 7월 자체 감사를 벌여 표결(3분의2 이상 동의) 끝에 A씨를 중징계인 '해직'하기로 했다.

성서농협이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에 보고하고 지역본부가 농협중앙회에 보고하면 징계는 확정된다. 하지만 농협대구지역본부는 징계 수위를 먼저 정해 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다시 인사위를 열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8월 성서농협은 인사위를 다시 열었고 앞선 결정을 번복해 '정직 6개월'로 수위를 낮췄다. 노조와 피해자들은 "절차에 하자가 없음에도 번복하는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항의했지만 사측 인사위원들은 "절차상 하자"와 "성추행 증거 불충분"을 들어 징계를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본부장 안영직)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표 강혜숙)은 11일 성서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금융권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이번 사태 최종 책임자 농협중앙회는 책임을 방기말고 가해자를 징계 해직·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성추행, 갑질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12일부터 성서농협 앞에서 1인 시위, 16일부터 조식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성서농협 성추행, 갑질 가해자 해직 촉구 기자회견(2017.10.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성서농협 성추행, 갑질 가해자 해직 촉구 기자회견(2017.10.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병갑(50) 전국협동조합노조 대구경북본부 성추행·성희롱·폭언·폭행 가해자 처벌 투쟁위원장은 "직위를 악용한 갑질 폭력"이라며 "해직 사유는 차고 넘친다. 농협중앙회는 가해자를 해직하라"고 말했다. 남은주(44)대구여성회 대표는 "지역 금융권에서 반복되는 성추행 피해와 관련해 전국여성단체와 함께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성이 많은 금융권에서 이 같은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 위한 전수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성서농협 이사 겸 인사위원인 B씨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 다시 징계위를 열었고 재조사 해보니 성추행은 없었다고 판단해 정직으로 징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사 C씨는 "민주노총이 뒤에서 귀족노조를 사주해 문제 삼는 것"이라며 "성서농협을 음해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대구은행에서도 올해 '성추행'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간부 직원 4명이 파견 여직원들을 상대로 2년간 수 차례 성추행해 주요 가해자는 '해임'됐고, 나머지 가해자들은 '정직' 징계를 받았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조만간 대구은행 성추행 사태와 관련한 마무리 입장 발표문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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