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는 정규직 전환, 사립대는 감원...씁쓸한 청소 노동자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0.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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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 전원 직고용, 경북대도 '정규직' 추진 / 영남대·대구대·대구가대는 해마다 감원..."대학 의지 탓"


대구대 청소노동자 박모(62)씨는 7층짜리 기숙사 건물 한 동을 매일 혼자 쓸고 닦는다(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대 청소노동자 박모(62)씨는 7층짜리 기숙사 건물 한 동을 매일 혼자 쓸고 닦는다(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부 정책에 발맞춰 국공립대에서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립대에서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해마다 감원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주요 사립대 청소노동자들은 대학 측의 일방적인 감원에 반발해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현금순(60)씨는 대구대학교(경북 경산시)에서 15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6,470원)을 적용받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월~금요일 오전 7시에서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해 받는 월급은 130만원 남짓이다.

그는 대구교육대학교, 경북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현씨는 "똑같이 빗자루 들고 쓸고 닦는 노동자들이다. 정부 지침에 상관 없이 직고용 하는 사립대도 있다. 대학의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쉬울 때는 구성원으로써 고통 분담을 강요하더니 이제와 외면하고 있다"며 "용역업체의 몫으로 처우 개선을 했으면 벌써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력 감축에 반발해 농성 중인 대구대 청소노동자들(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력 감축에 반발해 농성 중인 대구대 청소노동자들(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대학교의 청소노동자 인력 감축에 반발해 대학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대구일반노조(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대학교의 청소노동자 인력 감축에 반발해 대학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대구일반노조(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에 따라 지역 국공립대는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대구교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31명을 전원 직고용한데에 이어 경북대에서도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청소·경비노동자 15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조와 대학본부는 노사협의기구 구성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초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경북대 청소 노동자 김봉태(62)씨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대학본부와 노조가 논의 중이다. 어찌됐든 좋은 일"이라며 "대학도 관리하기 쉽고 일하는 우리도 소속감이 생길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내년 상반기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노사협의 중인 경북대학교(2017.10.1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내년 상반기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노사협의 중인 경북대학교(2017.10.18)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경북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2017.10.18.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경북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2017.10.18.경북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반면, 지역 주요 사립대는 정년 퇴직자들의 빈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청소 노동자들의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영남대학교는 2014~2017년 8명을 줄인데 이어 내년까지 현재 130명 중 14명을 추가 감원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대구가톨릭대학교도 90명에서 14명을 줄였으며 2019년까지 5명을 추가 감원한다. 또 대구대도 2014년부터 4년간 101명에서 13명을 줄였으며 내년에도 7명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 다만, 계명대학교는 인력 감축 계획이 없지만 정규직 전환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감원 계획은 남은 이들의 노동 강도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올해부터 17층짜리 대학본부 건물 청소를 맡은 현씨는 "10년 전 8명이 하던 일을 현재 3명이 하고 있다. 면적은 정해져있지만 청소할 사람이 줄면서 새벽부터 나와 쓸고 닦아도 할 일이 끊이질 않는다"며 "최근에는 입시나 행사 등으로 주말에도 나와 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7층짜리 기숙사 건물을 홀로 청소하는 박모(65)씨도 "인력을 줄일 때는 업무에 지장 없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수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냉난방시설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구대 청소노동자(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냉난방시설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구대 청소노동자(2017.10.18.경산시 진량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대구지역일반노조는 18일 대구대 본관 앞에서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홍덕률 총장과의 면담도 요구한 상태다. 이승민 대구일반노조위원장은 "대학은 해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고, 한덕선 대구대청소환경지회 부지회장은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인력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내년도 최저시급 상승에 따른 재정 부족을 이유로 "충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진구 대구대 안전그린캠퍼스팀 노사협의 담당자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난으로 현재 적립금을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인력 충원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휴게공간 냉난방시설도 파악되는대로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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