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사드·세월호·박정희 작품 검열에 작가들 '보이콧'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0.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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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술프로젝트' <파란나비>·<망령> 등 4점 교체·수정 "정치적" / 작가들 "표현의 자유 억압, 불참"


대구시 주최 미술전시회에서 사드·세월호·박정희를 다룬 작품을 검열해 작가들이 보이콧에 나섰다.

29일 대구시 청년미술프로젝트(YAP.Young Artist Project) 전시회에 참여한 박문칠(39) 감독, 윤동희(34)·이은영(35) 작가 등 3명의 말을 종합하면, 전시회를 주최한 대구시와 대구아트스퀘어조직위원회(위원장 류형우 대구예총회장)는 지난 13일 회의에서 이들 작가 3명이 '2017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회에 낸 작품 6점 중 4점에 대해 각각 '재편집', '작품 교체', '전시 제외', '수정' 등을 결정해 작가들에게 통보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박문칠 감독의 사드 반대 경북 성주 주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물 <파란나비>와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윤동희 작가의 설치 작품 3점 중 박정희 전 대통령 형상을 나타낸 <망령> ▲이은영 작가의 세월호 설명이 들어간 조각상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다. 조직위는 <파란나비>와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에 대해 "사드라는 정치적 주제를 다뤘다"며 '재편집•교체', <망령>에 대해서는 "정치적 성향 작품"이라며 '전시 제외',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에 대해서는 "작가노트에 세월호가 언급됐다"는 이유로 '수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는 시민들 / 사진 출처. 청년미술프로젝트(YAP) 홈페이지 캡쳐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는 시민들 / 사진 출처. 청년미술프로젝트(YAP) 홈페이지 캡쳐
'사드 반대' 성주 주민들을 다룬 <파란나비> 스틸컷 / 사진 제공. 박문칠 감독
'사드 반대' 성주 주민들을 다룬 <파란나비> 스틸컷 / 사진 제공. 박문칠 감독

회의에 참여했던 양재준 대구시 예술진흥팀장은 3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관련 영상들이 전시 기획의도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배제된 것으로 안다. 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사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검열이라기보다 회의석상에서 자유롭게 나온 의견들을 권고했다. 대구시는 예산을 지원했을 뿐 모든 것은 조직위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아트스퀘어조직위원회는 안혜령 대구화랑협회장(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장), 박병구 대구미술협회장(청년미술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대구시, 학계, 예술계 관련자 등 12명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해당 작품들은 이미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됐거나 대구미술관과 봉산문화회관 등에서도 전시된 것으로 그동안 정치적 논란이 일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주최 측도 지난 9월 별 문제없이 작가들과 전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갑자기 회의를 열더니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작품들에 대해 재편집·수정하거나 더 나아가 제외·교체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작가들이 보이콧(Boycott)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작가 보이콧은 전시회 9년만에 처음이다.

박문칠 감독은 29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작품이 전시의 취지와 맞지 않은 경우 충분히 협의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예술'이라는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이번 결정은 정치적 검열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며 "작품 자체가 사드 내용인데 수정 요구는 납득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주장했다. 윤동희 작가는 "권력을 이용해 작가를 희생시키려는 부당함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은영 작가도 "작가의 창작 권한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유난히 대구는 정치적 검열이 심한 것 같다. 개별 작품에 개입하는 전시회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자 보이콧한다"고 했다.

'전시 제외' 결정된 윤동희 작가의 설치 작품 <망령> / 사진 제공. 윤동희 작가
'전시 제외' 결정된 윤동희 작가의 설치 작품 <망령> / 사진 제공. 윤동희 작가
'세월호' 작품 설명을 수정 요구 받은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 사진 제공. 이은영 작가
'세월호' 작품 설명을 수정 요구 받은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 사진 제공. 이은영 작가

이에 대해 조동오 대구미술협회 사무국장은  "정치적 검열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아트페어와 함께 진행되는 전시회에 정치·종교 성향의 작품을 배제하는 것은 대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직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양측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단계에서 작가들이 논의 없이 보이콧에 들어가 당황스럽다"며 "전시회는 무리 없이 원래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예술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대구민예총)는 지난 27일 이번 사태에 대해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처럼 지원을 무기삼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태를 중단하라"며 "대구시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예술가 고유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된다"고 비판하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들은 지역 예술가, 단체들의 연서명을 받아 "사전 검열과 약정 위반,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대구시와 대구미술협회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청년미술프로젝트는 국내·외 만 40세 이하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고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전시회로 2009년부터 지역 대표 미술시장인 대구아트페어와 결합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산 4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1월 8~12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며 한국·미국·대만 등 8개국 작가 29명이 참여한다. 주제는 영국 밴드 비틀즈 멤버 존 레논과 그의 부인 오노 요코의 1969년 침대 위 반전 시위를 차용한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A revolution from my bed)'이다. 주최 측은 "세계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관통하는 불평등, 부조리, 소외, 무관심, 집착, 탐욕에 대한 사회적 예술 표현"을 목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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