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아트스퀘어, 사드·세월호 최종 제외...'왜곡된 인식'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0.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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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기자간담회 "왜곡된 인식 관람자에게 줄까 염려...형식 문제, 검열 한 적 없다" / "변명에 불과"


청년미술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김이삭 전시감독(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년미술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김이삭 전시감독(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아트스퀘어 측이 사전 검열로 문제가 된 사드·세월호·박정희 작품을 최종 전시 제외하기로했다. 

31일 오후 3시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아트스퀘어조직위원회(위원장 류형구 대구예총회장)는 최근 사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몇몇 작가들이 불참 의사를 보였지만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전 검열 논란에 대해 "정치·종교적 작품을 배제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나고, 특히 사드 문제를 다룬 영상물은 순수예술만을 전시하는 전시회 취지와도 맞지 않아 최종 전시 제외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문칠(39) 감독의 사드 반대 성주 주민들의 삶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파란나비>와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 주민께> ▷윤동희(34) 작가의 박정희 전 대통령 형상을 나타낸 설치 작품 <망령> ▷이은영(34) 작가의 세월호 설명이 들어간 조각상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등 4점은 다음달 8~12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청년미술프로젝트 전시회에서 최종적으로 빠지게 됐다. 

(왼쪽부터)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 스틸컷, 윤동희 작가의 <망령>,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왼쪽부터)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 스틸컷, 윤동희 작가의 <망령>, 이은영 작가의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김이삭 전시감독은 "사드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왜곡된 인식을 관람자들에게 주지 않을까 염려했다"며 "하지만 (제외)더 큰 이유는 순수예술이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을 띈 상업적 영화이기 때문에 기획 취지와 맞지 않아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또 "조직위 차원에서 수정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만 했을 뿐 검열을 한 적은 없다"면서 "내용이 아닌 형식상의 문제였는데 검열이라고 생각해 (작가들이) 보이콧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분풀이에 동참해 (작가들이)왜곡된 사실만 전하고 있다"며 "세월호·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작품은 공식석상에서 나온 이야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콧하는 작가들은 다른 큐레이터가 섭외했다"면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비중있게 전시하고자 작품 선정에 대한 권한을 나눴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박병구 청년미술프로젝트운영위원장도 "다큐멘터리가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돼 다른 작품이 없는지 물어봤을 뿐"이라며 "사전 검열 논란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특정 종교·정치적 작품은 배제한다는 대원칙만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정치적 문제가 아닌 형식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주최 측은 청도 삼평리 송전탑, 난민 문제, 젠더문제, 전쟁과 기아 등 여러 정치, 사회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은 최종적으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검열 논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검열 논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침대위 반전 시위에서 차용한 전시회 주제 A revolution from my bed(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침대위 반전 시위에서 차용한 전시회 주제 A revolution from my bed(2017.10.31.중구 문화동)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검열 논란에 책임지고 사퇴한 협력 큐레이터 A씨는 3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주최 측은 이미 8~9월쯤 상업 영화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안된다면 진작 걸렀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영화가 예술이냐 아니냐를 논할 문제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도 상업 영화와 연계해 전시하고 있다. 굳이 구분 지어서 안 된다는 말은 주최 측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검열 당사자인 박문칠 감독은 "2차 회의 후 직접 전시감독으로부터 작품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드가 아니면 다 된다고 했다. 형식에 대한 제약은 없었고 감독 스스로도 예술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동희 작가도 "조직위에서는 권고했다고 하지만 회의에서 사드 문제가 나오면서 <망령>도 문제된다고 작가에게 전하는 자체가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제가 된 이번 전시회는 제10회 청년미술프로젝트로 만 40세 이하 청년 작가들이 참가하는 지역의 대표적 미술전시회다.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4억원을 지원한 올해 전시회 주제는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A revolution from my be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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