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세월호 책임자들 아직 그대로, 진상규명 이제 시작"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1.25 19: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오·김성욱씨 대구 특강 "사회적 참사법·2기 특조위 기대, 제식구 감싸기 수사·자유한국당 방해 없길"


"세월호 참사 당시의 책임자들은 아직 그대로다.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24일 대구에서 세월호 유족 '유민아빠' 김영오(49)씨의 말이다. 그는 "해양수산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바뀌었지만 당시 공무원 책임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 있다"며 "3년간 오히려 승진한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참사법이 통과로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규명을 기대한다"면서도 "그러나 파견 공무원들이 제대로 조사할지 의문이다.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는 없길 바란다"고 했다.

'세월호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주제로 열린 유가족들의 대구 강연(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세월호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주제로 열린 유가족들의 대구 강연(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권혁장)는 24일 저녁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특강'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49)씨와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59)씨가 '세월호 그리고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주제로 2시간가량 강연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왜 배가 침몰했는지, 왜 당시 정부는 구하지 않았는지 밝혀내야 한다"면서 "진상규명을 통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으니 다들 '이제 다 끝났다', '고생했다'고 말하는데, 지난 3년 7개월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이제 겨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9)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해수부가 유골 발견사실을 미수습자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또 한 번 유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최근 유골 은폐 논란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목숨을 잃은 딸의 순직인정을 위해 국회의원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만났지만 매번 거짓말만하고 서로 책임을 미뤘다"며 "벽을 보고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지난 진상규명 과정의 고통을 털어놨다.

(왼쪽부터) '유민아빠' 김영오씨,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왼쪽부터) '유민아빠' 김영오씨,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씨(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김초원씨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3년 3개월간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5월 문 대통령이 순직 인정 지시를 내려 고(故) 이지혜 교사와 함께 순직 처리됐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정치권 일부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김영오씨는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했고 눈물의 담화도 했다. 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줄 것처럼 굴었다"며 "하지만 그해 총선이 끝나자 유족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세월호를 이용한 것은 정치권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상규명은 벌써 끝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유족들은 박 대통령 구속이 아니라 오직 진실만을 원한다. 정치적 이용은 없었다"고 했다. 김성욱씨도 "유족은 세월호를 울궈먹은 적도, 이용한 적도 없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강연에는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2017.11.24.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앞서 24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사회적 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오씨는 "1기 특조위는 수사·기소권이 없어 조사·자료수집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사법수사관 권한이 생겼고 기간도 2년 늘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특검수사나 증인출석이 필요한 경우 국회 동의가 있어야 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또 방해를 할까 걱정"이라며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대구인권위는 오는 12월 1일 '혐오로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주제로 같은 장소에서 저녁 7시부터 영화 <소수의견>의 원작자인 소설가 손아람씨의 특강을 열 예정이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