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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선택 제한부터 차별까지, 법에 가로막힌 장애인 권리

기사승인 2017.11.30  18: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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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서 차별증언대회 / 루게릭병 민찬홍(45)씨 "활동보조 이용하게 해달라"...절반이 공공기관 내 차별


 
 
▲ 경산시의 장애인 경사로 철거 등 지역사회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2017.11.3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병원 소개로 재가노인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한 달 최대 100시간, 하루 3~4시간이 전부입니다. 제가 나이도 젊고 시간도 짧다보니 저를 봐주려는 사람도 없어 아내가 하루 종일 옆을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딸은 점점 커 가는데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 특성은 고려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합니다. 장애도 모자라 병으로도 차별받고 있습니다"

민찬홍(45.언어·지체장애 1급)씨는 3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0년 전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중증장애인이지만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치매·뇌혈관성질환은 노인성 질병으로 분류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씨와 같은 요양급여 수급자가 이용 시간이 더 많은 활동 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등급 외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혼자서는 팔 하나도 들 수 없는 민씨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그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침해"라며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대구광역시 등을 상대로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 진정을 넣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책 변경"을 권고했지만 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뇌병변,척주장애1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방경배씨(2017.11.3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복지부에 따르면, 신씨와 같은 요양급여 수급자가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연간 최대 8~9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등급 1급인 민씨가 한 달 최대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노인요양 108시간, 장애인활동보조 391시간이다. 반면 자기부담율은 시간당 노인요양은 15~20%, 활동보조는 0~8%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0일 오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는 '대구·경북 장애인당사자 차별증언·권리옹호 증진·제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장애 당사자,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설물 접근 제한 ▷장애 비하 ▷주거권·이동권 편의지원 거부 ▷장애인 참정권 제한 등 공공·민간영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을 겪은 당사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또 법률이나 제도에 의한 차별 사례도 이어졌다. 지체장애1급 방경배(45.동구 각산동)씨는 사지 마비로 24시간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최중증장애인이다. '욕창 방지를 위한 이동식 전동리프트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지원 받지 못했다. '장애인보장구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리프트는 뇌병변·척수장애 1급에게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고령의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의 경배씨에게 250~300만원가량의 리프트 구입 비용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대구·경북 장애인당사자 차별증언·권리옹호 증진·제언대회(2017.11.30.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장애인 차별 관련 상담 84건 중 공공기관에 의한 장애인 차별이 절반 이상인 48건에 달했다. 지난 2월 경산시는 통행 불편을 이유로 중방동 책방 앞 설치된 장애인 경사로 철거를 통보했고, 대구시립미술관·달성군시설관리공단에서는 순환버스 내 휠체어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장애인 이동권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대구교육청은 공립 대안학교의 장애인 입학을 사실상 제외하는 규정을 만들어 올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시정 권고를 받았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담당자는 "교통·의료·금융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물이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형 15771330차별상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동권은 장애인에게 생존권이라 할 수 있다. 저상버스, 나드리콜 등 시내교통에 대한 이동권은 과거보다 많이 보장돼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시외교통의 경우 더욱 심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이 밖에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선정에 대한 유착 의혹, 장애인 차별 진정 처리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는 점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jyeon@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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