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창조센터, 청년 계약직 '전원 해고'...문제 없습니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2.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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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해고·5명 내년 초 예정...정규직 전환 0명 "갑질" 부당해고 구제신청 / 중기부·대구시 "방법 없다"


3년 전 박근혜 정부가 만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채용 갑질' 청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 1년 이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지난 1년 새 정규직 전환자는 0명으로 나타났고, 해고자만 벌써 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내년 2월에도 청년 5명이 해고될 위기에 놓여 불안에 떨고 있다.  

28일 만난 20대 이은빛(가명)씨는 지난 2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앞선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해 취업 도전을 망설였지만, 공고란에 '계약직 채용 1년 후 근무평정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가능'이라는 문구를 보고 열심히만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이씨와 비슷한 시기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채용된 계약직은 10명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2017.12.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2017.12.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이씨는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다. 부서 팀장과 김선일 전 센터장은 계약직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는 듯한 장밋빛 약속을 했다. 때문에 연차도 정규직이 될 것을 상정해 사용하라는 센터 측 요구를 수용했다. 하지만 올 6월 연규황 2대 센터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계약직 3명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항의했지만 이달 초 전원 해고됐다. 근무평정 결과는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어 센터 내 벤처창업을 지원하는 메이커스페이스 계약직 2명도 해고됐다. 전셋집까지 구해 대구에 취업했지만 끝내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1년새 계약직 5명이 해고되는 동안 정규직 전환 사례는 없었다. 계약직 1명이 유일하게 살아남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채용이었다.  
  
이씨는 "계약직들이 잘리는 동안 정규직 전환자는 1명도 없다"며 "결국 다 거짓말이었다. 나도 그럴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또 "실력이 부족해 잘린다면 납득하겠지만 앞서 해고된 동료를 보면 근무평정도 알려주지 않고 해고했다"면서 "청년이 행복한 대구라고 하더니 채용 갑질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걸린 청년창업 포스터(2017.12.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걸린 청년창업 포스터(2017.12.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앞서 해고된 장인성(27)씨를 포함한 2030대 청년 계약직 6명은 청와대 게시판, 중소기업벤처부, 대구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에 글을 올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역 정치권도 목소리를 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위원회(위원장 최완식)는 성명서를 내고 "청년 노동자에 대한 인사 갑질로, 청년일자리 희망 실현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빼앗고 무참히 짓밟았다"며 "연규황 센터장은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예산 관리·감독을 할 뿐 인사권에 개입할 수 없어 구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중기부도 지난 27일 답변서에서 "사실 관계 검토 결과 부당해고·규정위반·채용갑질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정규직 전환 가능 문구를 넣어도 전환 의무가 생기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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