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패션센터 노동자, 눈물의 노제..."갑질없는 세상에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2.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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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지 59일만에 노사 공동명의 영결식 / 유족·동료 등 80여명 참석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과제 여전"


노제에서 아버지 영정 앞에 앉은 고인의 아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제에서 아버지 영정 앞에 앉은 고인의 아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9일만에 열린 장례식...노제 중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기자
59일만에 열린 장례식...노제 중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기자

"친구 같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지금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내드립니다"

29일 오전 7시 대구시 북구 엑스코 한국패션센터에서 고(故) 대구패션센터 책임행정원 손모(57)씨의 노제가 열렸다. 장례식은 그가 '언론 갑질'을 탓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꼬박 59일만에 열렸다. 

59일째 검은 상복을 입고 있는 고인의 아들 손모(30)씨는 노제 중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다른 유족도 아들의 추도사에 오열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길은 눈물에 어렸다. 그러면서 아들은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있지만 아버지를 보내고 해결하겠다"며 "검찰 조사 중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제가 여전하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연히 다짐했다.

대책위 상주 1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책위 상주 1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인식 후 운구 차에서 영정을 들고 내리는 유족(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인식 후 운구 차에서 영정을 들고 내리는 유족(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기자 갑질을 세상에 알리며 대구패션센터에서 17년간 일한 손모씨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만에 노제가 진행됐다. 사측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원장 직무대행 주태진 본부장·이사장 김광배)과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꾸려진 대책위(한국패션산업연구원 고 손00 노동자 사망관련 진상규명대책위원회)가 앞서 26일 노사합의에 이르면서 노사 공동명의 영결식이 사흘만에 열렸다.

장례 절차는 이날 새벽 6시 30분 검단동 배성병원에서 발인식에서 시작돼 운구 행렬에 맞춰 오전 7시 패션센터에서 노제가 열렸다. 노제에는 유족과 동료를 포함해 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창규 경영기획실장과 현 원장 직무대행 주태진 본부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노제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제 후에는 수성구 명복공원에서 화장한 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장지에 고인의 유골을 안장한다.

박배일 전국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알량한 권력에 홀로 맞선 손 조합원이 목숨을 버리고 명예를 찾는데 60일이나 걸렸다"면서 "이제 편히 쉬시고 남은 과제는 남아 있는 우리들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욱(한국패션산업연구원 고(故) 손OO 사망관련 진상규명대책위 집행위원장) 한국패션산업연구원노조지부장은 "당신을 보내드리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돌아가신 지 두 달간 억울함을 달래기 위한 진상규명 과정은 냉혹한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신이 풀지 못한 한은 남은 이들의 몫으로 두고 가야 한다"면서 "갑질하지 않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며 영면을 기원했다.

노제 참석자들이 고인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제 참석자들이 고인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2017.12.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인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생산 기술연구소 한국패션산업구원이 대구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한 대구패션센터 책임행정원으로 대관업무를 담당하다가, <쿠키뉴스> 대구경북본부 50대 김모 기자의 비판성 보도 후 지난 10월 31일 한국패션센터 지하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기사였다. 하지만 대책위는 김 기자의 대관 청탁을 고인이 거절하자 압박할 목적으로 기사를 써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본다. 때문에 대책위는 김모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쿠키뉴스>는 기자 잘못을 인정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모 기자는 여전히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어 대책위는 김모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례가 지연된 이유는 그 동안 사측이 합의를 거절한 탓이다. 하지만 노사는 지난 26일 ▲고인에 대한 명예 수석행정원 추서·공로패 수여 ▲노사 공동명의의 장례 진행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사측의 적극적 협조 ▲사측의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유감 표명 ▲유족에게 도의적 차원의 위로금 전달 ▲향후 어떠한 법적·행정적·도의적 추가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 6가지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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