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700여건, 그 사연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2.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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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강제야자·외모규제 없애주세요"...일용직 용접공의 '퇴직금' 호소에 워킹맘의 애환까지 다양


"야간자율학습이 진짜 자율이 되길 바라요"

대구청구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www1.president.go.kr/petitio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 상황·성향을 구분치 않고 자율학습을 강제로 시켜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경기도처럼 폐지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무늬만 자율, 사실상 강제 '야자' 실태를 비판한 글이다. 30일간 20만명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학생에게 답변해야 한다.

"강제야자 폐지"...대구청구고 3학년 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캡쳐
"강제야자 폐지"...대구청구고 3학년 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캡쳐

대구지역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700여건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해 8월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었다. 이후 국민들은 이슈가 생길때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각자의 글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석방한 '정형식 판사 특별감사', '국회의원 급여 최저임금 7530원 도입', 극우성향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 폐쇄', 검찰·문화계에서 이어진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에 따른 '성폭력 처벌법 강화' 등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청원 20만건을 넘는 '인기' 글 이외에 지역 시민들의 청원도 상당하다. 

특히 '대구'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대구 시민들이 올린 청원은 22일까지 700여건을 넘겼다. 카테고리별로는 교통·건축·국토, 일자리, 안전·환경, 행정, 육아·교육 등이 많았고 그 사연도 다양했다.  

'대구에 사는 여중생'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지난 10일 '학생 외모관리규제를 최소화 시켜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방학 동안 키가커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나 선크림, 립밥 등으로 선생님에게 무차별적 언어 폭력을 당하고 물건을 빼앗기거나 물티슈로 얼굴이 닦이는 등 인권과 자율성을 무시당했다"며 "살색, 커피색 스타킹은 보기 야하다, 속옷색깔은 흰색 또는 누드색이어야한다는 외모규제는 부당하다"고 했다. 때문에 "학교의 외모규제를 최소하하거나 없애달라"고 청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메인화면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메인화면 캡쳐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도 있었다. LG 1차 협력사 대구 D회사의 한 일용직 용접공은 지난해 12월 15일 글을 올렸다. 회사로부터 "10개월 일 한 뒤 한 달 쉬고 다시 일하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퇴직금 발생이 이유"라고 말했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강제 휴가를 '꼼수' 도입했다는 게 주장이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든데 이런 악질 기업이 있냐"며 "전체 근로일수 365일 이상이면 퇴직금이 발생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청원기간이 이미 끝난 이 글의 댓글에는 "대통령님 취임식 때 말씀하신 것처럼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라는 절절한 목소리가 담겼다.
 
또 '11년차 서비스센터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20일 글을 올린 38살 대구 A가스회사 서비스센터 하청업체 노동자는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발했다. 그는 가스렌지 가스를 열고 계약을 맺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최근 노동 강도가 2~3배 높아져 안전 사고를 우려했다. 때문에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환경이 너무 겁나고 무섭다"며 "억울해서 몇 자 적어본다"고 하소연했다.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대구' 키워드 검색 화면 캡쳐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대구' 키워드 검색 화면 캡쳐

'워킹맘'의 애환도 지난해 12월 21일 청원글로 올라왔다. 3살, 5살 두 딸을 가진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대구에서 살다가 남편 이직으로 경북 김천으로 이사오고 난 뒤 출산장려금이 끊겼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러면서 "만원, 오만원이 애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쉬운 금액이 아니다. 워킹맘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조금만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대기업 '갑질'을 고발한 대구 한 자영업자의 글도 지난 21일 국민청원에 올랐다. 'CU 편의점 경영진의 잘못된 갑질'이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대구대학교 기숙사 근처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다. 그는 최근 본사가 기숙사 내에 같은 CU 편의점을 개장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했다. "동일 점포 300m 거리제한을 지켰으니 하자가 없다고 큰소리치는 CU의 갑질"이라며 "답변을 바란다"고 했다.

한편, 22일 현재(오후 8시 기준)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전체 글수는 124,05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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