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제 성추행·단톡방 성희롱"...대구 캠퍼스 '미투' 봇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3.07 18: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대·영남대 '대나무숲' 고발 급증...카톡 '얼평(얼굴평가)'에 신입생 OT서 춤 강요
제보하니 "남혐조장", "페미니스트냐" 묵살 / 대구 특위 "SNS 신고센터 8일부터 활동"


사진 출처.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BAY.COM
사진 출처.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BAY.COM

"카톡 단톡방 성희롱, 대동제 성추행, 신입생 OT 춤 강요"

대구 캠퍼스 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리적 '성폭력' 피해 고발을 넘어 캠퍼스에 만연한 '젠더폭력' 실태를 알리는 글이 급증했다. 특히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익명게시판 '대나무숲(대숲.SNS를 이용해 해당 학교 학생 제보를 익명으로 올리는 페이지)'이 가장 활발하다.

캠퍼스 내 '성폭력'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이른바 '카톡 단톡방'이다. 대화 비밀유지를 악용해 평소 알고 지내는 여학생들의 '카톡 플필(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을 돌려보며 '얼평(얼굴 평가)'하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동제(대학 축제)와 신입생 환영회(OT·환영회)도 성추행, 음주·춤 강요 등으로 캠퍼스 '성범죄' 온상으로 지목됐다.

2018년 3월 6일에 올라온 경북대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3월 6일에 올라온 경북대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2월 28일 영남대학교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2월 28일 영남대학교 대나무숲 글 캡쳐

"카톡 단톡방에서 '성희롱'...술자리에서 여자 프사 얼평"

경북대 사범대학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지난 6일 대나무숲에 "지난해 7월 20일 A, B, C, 00(내부고발자)가 있는 카톡 방에서 B가 '00이 임신시키러 가냐, 벌써 뱃속에 00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며 "사건이 알려지자 B는 남학우들에게 카톡 방을 나가라고 했다"고 고발했다.

영남대 대나무숲에도 비슷한 고발 글이 지난 달 28일 올라왔다. 이 학생은 "술자리서 여자 프사(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돌려보고 그러지 마라"면서 "타인에게 모르는 사이 얼평(얼굴 평가) 당하는 게 남일인지 알았는데 내 얘기였다. 몇 학번, 무슨 과인지 안쓰지만 그 6명은 양심에 찔릴 것"이라고 했다.

2018년 3월 6일 경북대학교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3월 6일 경북대학교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3월 2일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캡쳐
2018년 3월 2일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캡쳐

"대동제에서 술 강요 성추행...나이트클럽서 신입생 OT, 춤 강요"


주요 캠퍼스 행사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고발한 글도 있었다. 경북대 한 학생은 지난 6일 대나무숲에 글을 올리고 "2016년 5월 20일 대동제 때 가해자 A가 피해자 1에게 강제 신체 접촉을 했다"며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술을 마시게 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든 피해자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껴안고 허리를 감싸는 행위를 했다. 말려도 더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지난 2일 대구 복현동 한 전문대 간호학과 동생을 둔 언니라고 밝힌  D씨가 글을 올렸다. D씨는 "신입생 환영회(OT)를 나이트클럽에서 한다고 한다. 선배, 친구, 교수가 모여서 인사하고 얼굴 익히는 자리 아닌가. 남녀학생이 있는 앞에서 춤을 강요한다. 상품을 걸어 춤 추게 하는 게 쇼걸 아닌가. 성상품화 시키는 게 말이되느냐. 이런 문화는 왜 대물림 되냐"고 따졌다.  

2018년 2월 13일 영남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글 캡쳐
2018년 2월 13일 영남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 글 캡쳐

"대나무숲에 '성폭력' 제보하니...'남혐조장', '페미니스트냐' 묵살"

관행적인 성폭력 문제에도 대학가 내에서는 자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남대에서는 대나무숲에 성폭력 관련 제보를 했다가 되려 비아냥을 당했다는 고발도 올라왔다. '영남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에는 지난 달 13일 한 학생이 "제보했지만 올려주지 않아 물어보니 '남혐(남성 혐오)조장'이라는 어이 없는 의견을 받았다"며 "관리자에게 항의하니 '감성 페미니스트냐'고도 물었다. 화가난다"고 주장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성폭력 제보에 남혐, 페미니스트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라며 "캠퍼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대구 미투 특위는 8일부터 SNS신고센터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