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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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 『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 이정환 옮김 | 민음사 | 2015 )


 6.13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시점에 ‘지적자본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온전한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침체된 우리 지역을 되살릴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이기에 주권자로서 짚어봐야 할 대목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2년 전쯤 지인의 추천으로 읽었던 이 책에서 사업가의 성공전략 뿐만 아니라,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세와 미래전략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지은이는 올해 만 67세의 사업가인 마스다 무네아키. 30여 년 전 ‘츠타야’란 이름으로 창업한 서점을 시작으로 ‘혁신’이란 슬로건 아래 도서관, 상업시설, 가전제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츠타야서점은 현재 일본 전역에 1천400여 곳이 들어서면서 대표적인 서점체인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또한 지난 2013년부터 츠타야서점의 콘셉트를 공공시설에 도입한 사가현 다케오시의 시립도서관 운영도 맡고 있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 명 정도의 소규모 지방도시이지만, 시립도서관 개관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현재 3개 지방도시의 공공도서관 운영을 위탁받았다.

  먼저 업무에 임하는 지은이의 자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사를 기획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상품이 거래되는 공간을 '파는 곳(賣場)'이 아니라, '사는 곳(買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케오시립도서관의 경우도 도서관을 운영하는 직원 입장이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의 기분과 생각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현장에서만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무실에서는 탁상행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책 이름을 '지적자본론'으로 정한 이유도 설득력이 있다. 지은이는 기업 활동의 본질이 창조이며, 상품의 본질은 기능과 함께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지 못한 사람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기획의 본질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으며,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 능력도 요구된다고 한다. 이 같은 요구는 지금까지 기업을 성장시킨 기반인 재무자본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재무자본에 대응하는 ‘지적자본’이란 개념이 도출됐다. 앞으로는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가 그 조직의 사활을 결정하게 된다.

  츠타야서점의 경우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심야시간대까지 운영하는 영업형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심야에도 책이나 영상, CD를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다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시도됐다. 또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여행이란 주제의 경우 안내서와 해당 지역의 역사서 등 책 뿐 만 아니라, 지도와 여행용품을 비롯해 여행에 관련된 모든 정보와 상품을 한 곳에서 구할 수 있도록 모아두었다. 이 같은 시도가 기획자에 의해 제공될 때 지적자본이란 가치가 창출된다.

  21세기는 제안의 시대라고 지은이는 규정한다. 그는 시장을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은 시대로 상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잘 팔리는 시대, 2단계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이 구축되는 시대로 정의한다. 그리고 3단계는 플랫폼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맞춤형 제안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적자본을 보유한 사람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도 요구된다.

  특히 지은이는 책을 ‘제안 덩어리’라고 규정한다. 2011년 도쿄 시부야에 문을 연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과 2013년 재개관한 다케오시립도서관이 그 현장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그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일반 서점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능력이 요구된다. 고객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제안을 생각해 내고, 그 주제에 맞는 책을 진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은이는 고도의 편집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책 자체가 아니라, 책 안에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을 만드는 것이 바로 혁신이란 설명이다. 또한 제안 덩어리를 모아 놓은 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적자본을 사회에 확장해 정착시킬 수 있는 거점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공공시설을 도서관이라고 역설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관계도 언급한다. 구성원들이 전통적인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동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료이기 때문에 동일한 위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당연히 고객이어야 한다. 여기에다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유를 강조한다. 관리를 받는 편안함 대신, 냉혹한 책임이 수반되는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도 자유에서 나온다는 입장이다.

  저출산이 화두로 등장한 요즘 참고할 만한 대목도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역의 동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두뇌를 병렬로 연결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강조한다.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지면 주민들이 그곳에 모이고, 그런 결집이 구동력이 되어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영혼이 담긴 책, 영화, 음악 등 문화가 갖춰져 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야 말로 지역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은이가 경영하는 회사인 ‘CCC(Culture Convenience Club)’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문화’와 ‘편의’를 키워드로 삼고 있다.
 
  지은이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

 
 
 






[책 속의 길] 132
김상진 /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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