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주주총회, 박인규 '비리' 설전..."회장직도 사퇴"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3.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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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행장'만 사퇴, '회장직'은 유지..."새 사장 선임되는 상반기에 거취 표명할 것"
소액주주 권한 위임받은 시민단체·노조 "박인규 해임, 비리 방조한 임원·직원 해임" 요구


박인규(64) 대구은행장이 각종 비리 혐의와 관련해 주주총회에서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DGB금융그룹지주 회장직은 유지키로 해 시민사회와 노조의 반발을 샀다. 특히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주총에 대리 참석한 시민단체 일부 인사들은 "회장직도 사퇴하라"며 박 회장을 압박했다.

DGB금융그룹은 23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제7기 DG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박 회장을 비롯해 주주와 직원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시작하자마자 "최근 여러 상황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객들과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DGB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룹 회장직은 새 사장이 선임되는 상반기 중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은행 주주총회 현장 앞 "박인규 회장 해임" 촉구 기자회견(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은행 주주총회 현장 앞 "박인규 회장 해임" 촉구 기자회견(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주총회서 발언 중인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주총회서 발언 중인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리 혐의로 인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은 지 8개월여만이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상품권을 산 뒤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수수료를 뺀 31억원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혐의 불분명'을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57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은행 박인규행장 구속·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 는 DGB금융지주 자회사 대구은행 주주 중 이른바 '개미(소액주주)'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로부터 6만여주에 이르는 주식 권한을 넘겨받아 주총에 대리참석했다. 비리 혐의에 대해 박 회장에게 직접 묻기 위해서다.

소액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구은행 주주총회에 대리 참석한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가 박인규 회장에게 비리 혐의와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액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구은행 주주총회에 대리 참석한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가 박인규 회장에게 비리 혐의와 관련해 질문을 하고 있다(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인규 회장 사퇴하라" 주총장 앞에서 피켓팅하는 대구은행노조(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인규 회장 사퇴하라" 주총장 앞에서 피켓팅하는 대구은행노조(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박 회장에게 직접 소명을 들어야겠다는 시민단체 인사들과 이를 반대하는 일부 주주들 사이에 1시간 가까이 설전이 벌어지면서 주총은 난장판이 됐다. 특히 주총 의장을 맡은 박 회장이 사회권을 지고서 소액주주 권한을 위임받은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발언 기회를 제한해 항의를 받았다. 비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의 선임건이 통과될 때에는 표결 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총에서 "대기업이 비자금·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소명하라는 주주 입을 막는 게 말이되냐"고 따졌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반대 토론을 묵살하고 한쪽 입장만으로 의안이 가결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주총을 보니 대구은행에서 왜 그 동안 비리가 발생했는지 알만하다"고 꼬집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은 "비리 사태 후 리스크위원회라도 열어 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 따졌냐"며 "주주는 거수기가 아니다. 경영진에게 따질 권한이 있다. 이렇게 할거면 주총을 왜 여냐. 박 회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

뿐만 아니라 다른 대리자들도 ▲비자금·채용비리 형사 피의자 박인규 사퇴·해임 ▲부패 직무유기 임원(사내이사 후보 박인규, 노성석, 조해녕,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 하종화, 전경태 선임 반대 ▲비자금·채용비리 공범자(김남태 부사장, 여민동 부행장 등 6명) 승진 철회·해임 ▲부패방지·사회적 책임 제도화(특혜채용 직원 퇴출, 피해자 구제, 인권침해 방지 등)를 촉구했다.

DGB대구은행 제2본(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DGB대구은행 제2본(2018.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이 자리는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오늘 상정이 되지 않은 결의사항에 대해서는 더 듣지 않겠다"고 함구했다. 이어 "저도 하고싶은 말이 많이 있지만 오늘은 주총을 하는 좋은 자리니 좀 조용히 해달라"며 "의견은 토론으로 주고 받지 않겠다. 표결로마 말해달라"고 일축했다.

이날 노조도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대구은행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팅을 벌이며 "은행의 미래와 고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박 회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개인의 생존을 위해 조직과 부하직원을 방패막이 삼지말아햐 나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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