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과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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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딱지 붙이고 완장 차려는 군상들...


  『완장』 (윤흥길, 현대문학, 2011)은 오늘날의 패관문학이라 할 만큼 걸쭉한 입담과 해학의 남도방언으로 엮여진 소설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평론가 김병익, 2011)으로 ‘완장이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내용은 ‘졸부 최 사장은 널금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저수지 감시를 이곡리의 한량 임종술에게 맡깁니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완장의 힘(?)으로 안하무인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치는 이야기로 저자는 결론을 ‘인간을 억압하고 옥죄는 폭력으로부터의 구원은 스스로의 깨달음임을 이야기한다’라고 평하고 있습니다(yes 24.서평).

 2018년 4월 6일 경향신문 [세상읽기]에서 남태현(미국 솔즈베리 대 정치학교수)은 ‘(인디언 부족에 대한 침략, 살상, 전멸에서부터) 미국의 원죄를 총기 폭력’이라 규정하고 ‘살인적 폭력이 미국을 가능케 한 것’이라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딱지 붙이기가 한국 고질병’이라 규정하면서 해방이후 한 번도 쇠하지 않은 빨갱이 딱지는 오늘 지금, 레드벨뱃이 평양에서 공연한 시각에 제1야당은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를 만들고 앉아있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1948년 4월3일, 400여명의 무장봉기가 제주도를 흔들었고 미군정과 한국 정부는 ‘빨갱이’를 소탕한다는 이름으로 초토화 작전을 벌였습니다. 3만여 명을 학살했고 마을도 불살라버렸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죠. 살아남은 이들도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감추고 침묵으로 버텼습니다. 이들의 피를 쏟고 태어난 대한민국 권력은 빨갱이 딱지에 중독됐죠. 그러니 제주의 피는 대한민국의 원죄라 할 것입니다〉라면서 ‘한국 역사는 온통 딱지 투성이’라고 규정합니다.

<경향신문> 2018년 4월 6일자 31면(오피니언)
<경향신문> 2018년 4월 6일자 31면(오피니언)

  지금 거리에서 보는 완장을 생각합니다. 크게는 완장을 차지하려는 군상들, 또 다른 임종술이 되고자하는 자들이 온통 거리를 감싸고 있고, 작게는 조그만 모임이라도 되면 누구에서부터 부여 받았던, 스스로 만들었던 으레 한명은 완장을 차게 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완장은 팔뚝 밑에 숨어있는 권력(?)을 만끽하려합니다. 자리다툼에서, 돈 문제, 모임의 시간, 일정, 규모, 내용, 방법까지 완장의 힘을 발휘하면서 서서히 권력의 마각을 들어내지요. 그래서 나눠지고, 마음에 들지 않아 모임에서 나가고,...이 모임에서 주어진 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모임을 만들어 완장을 차는 모습은 인간사에는 바뀌지 않을 권력과 욕심의 고리인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시간에도 완장과 연관된 딱지를 생각합니다. 크게는 좌, 우 라는 딱지 뿐만 아니라 작은 모임에서 조차 선배라고 모셨던 분이라 해도 완장을 차고 행세할 때 거추장스러우면 노인이라는 딱지를 붙여 축출합니다. 그래서인가요? ‘(비록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태극기 부대란 젊은이들에게, 조직에서, 심지어 가족에게서 조차 천덕꾸러기로 팽개쳐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붙이는 이름, 곧 딱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인가요? 
 
 이제 완장을 붙이려는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마다 내 편, 네 편이라는 딱지를 붙여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화급하게 요구되기는 ‘인간을 억압하고 옥죄는 폭력으로부터의 구원은 스스로의 깨달음임’(완장의 yes24 서평)과 ‘우리가 딴 곳만 쳐다보는 사이 뻔뻔한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오늘까지(남태현의 세상읽기, 경향신문 2018.4.6.)’ 내려온 모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바로보기와 바로알기가 절실해지는 계절입니다.
                                                                      





[기고]
김영민 / 전 구미YMCAㆍ김천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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