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탄압에 투옥된 교사들...57년만에 재심 '무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4.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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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한국교원노조사건'으로 해직된 이종석(88) 선생 등 3명..."이적행위 아닌 교육민주화 운동"
검찰, 5.16인권침해 시국사건 직권 재심 청구 7개월만 / 이 선생 "사회 정의 입증한 민주주의 승리"


박정희 군사 독재정권 탄압으로 투옥된 교사들이 57년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흔을 앞둔 이종석(88) 선생은 '한국교원노동조합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긴 세월을 버텨왔다. 함께 재심 피고인 명단에 오른 동료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나버려 선생은 홀로 지팡이를 짚고 다시 재판부 앞에 섰다. 그리고 반세기를 넘어서야 겨우 누명을 벗게 됐다.

이 선생은 "내일 모레 아흔인데 오래 살아 남으니 이런 일도 있다"며 "우리 사회의 정의를 입증한 민주주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또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한 일이었다"면서 "지금 그것이 보장된 사회에서 산 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와 재심을 청구한 검찰에도 고맙다"고 했다.

57년만에 무죄 선고 후 지팡이를 짚고 재판장을 나오는 이종석 선생(2018.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7년만에 무죄 선고 후 지팡이를 짚고 재판장을 나오는 이종석 선생(2018.4.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법원(제11형사부 손현찬 부장판사)은 1961년 10월 20일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제6조(특수반국가행위)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확정 받은 이종석, 고(故) 강기철, 고(故) 신동영 선생 등 전 한국교원노조 간부 3명에 대한 재심을 6일 열고 57년 전 선고를 '무죄'라고 바로 잡았다.

재판부는 "교원노조는 교육민주화·교육행정 부정타파를 위해 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데모규제법(집회시위규제법)'과 '반공임시특별법' 등 2대 법안을 반대한 것은 정당한 노동운동과 노조활동을 탄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또 "남북학생회담 지원 결의안을 작성한 것은 당시 활발히 논의된 남북 통일에 대한 평화적 교류 차원에서 이뤄진 지지 선언으로 그 자체가 반국가단체인 북한 활동을 고무·동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시 정부와 반대된 입장의 행위를 했어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이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동아일보> 1961년 11월 17일자...(가장 왼쪽) 당시 이종석 선생..."오피고에 유죄 언도"
<동아일보> 1961년 11월 17일자...(가장 왼쪽) 당시 이종석 선생..."오피고에 유죄 언도"

이 선생은 1960년 4.19혁명 직후 5월 15일 부산에서 '일본군국주의 교육타파', '민족교육 실현', '부패한 교육행정 타파' 등을 내걸고 중·고등학교 동료 교사들과 교원노조를 만들었다. 같은 달 7일에는 대구에서 초·중등교원노조가 설립됐다. 이 모임은 전국조직으로 확대돼 같은 해 7월 한국교원노조총연합회가 결성됐다. 오늘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신이다. 하지만 장면 정부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노조는 '합법화'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데모규제법'과 '반공임시특별법'을 제정해 노조 활동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노조는 '민족일보'에 '2대 악법' 비판 성명서를 냈다. 당시 경남지구교원노조연합위원장이었던 이 선생은 시민궐기 대회에서 정부 비판 연설도 했다.

1961년 5.16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정권은 국가재건회의를 설치하고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제정해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을 소급 입법했다. 이에 따라 쿠데타 직후 이 선생 등 교원노조 간부 6명은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혁명검찰부에 끌려가 수사 받은 이들은 '이적행위', '용공선동'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11월 혁명재판소 1심 재판에서 1명을 뺀 5명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32살 이 선생은 징역 7년, 37살 강기철 선생은 징역 15년, 39살 신동영 선생은 징역 10년, 이목 선생과 신우영 선생은 각각 징역 10년, 5년에 처해졌다. 이듬해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 선생은 최종 2년7개월을 복역했다. 이들 교사 대부분은 해직됐다.

노무현 정권 당시 생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5.16쿠데타 후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심을 권고했다. 이목 선생만 유일하게 재심을 신청해 2010년 대구지법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지난해 9월 검찰은 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한 73개 사건 가운데 이 사건 등 과거사 사건 모두 6건에 대한 직권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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