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유족의 43년 한..."희생자 명예회복으로 박정희 잔재 청산"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4.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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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열사 대구추모제 / 피해자 강창덕(90) 선생과 유족들..."우리 아버지들이 꿈꿔온 평화통일의 길을"


인혁당 유족들이 "피해자 명예 회복을 통해 박정희 독재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3년 전 오늘.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정권은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유신독재를 비판했던 인사 8명(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우흥선·이수병·하재완)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대법원 판결 18시간만이다. 국내외 법조계는 이를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 '사법 살인'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피해자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도 그의 딸이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국가정보원에 배상금 일부를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인혁당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통해 박정희 잔재 청산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혁당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는 고(故)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는 고(故) 도예종씨의 부인 신동숙씨(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희생자 묘역에 헌화하는 유족(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희생자 묘역에 헌화하는 유족(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4.9인혁열사계승사업회와 4.9통일평화재단은 9일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인혁당 43주기 대구 추모제'를 열었다. 이 곳에는 희생자 8명 가운데 도예종·송상진·여정남·하재완등 4명이 현대공원에 안장돼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故)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 고(故)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 고(故) 라경일씨의 아들 나문석씨 등 유가족을 비롯해 2차 인혁당사건 피해자인 강창덕(90)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964년 1차,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거나 옥고를 치른 희생자 18명의 영정사진 앞에서 제례를 지내고 헌화했다. 또 묘소 위에 진달래 나뭇가지를 올리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그들이 진정으로 꿈꿨던 통일의 봄날이 오길 바랐다. 희생자 대부분은 대구·경북 출신으로,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매년 4월 9일이면 대구에서 합동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 묘역에서 묵념하는 추모제 참석자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사건 희생자 묘역에서 묵념하는 추모제 참석자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유족들이 묘역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인혁당 유족들이 묘역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창덕 이사장은 "민족 번영과 평화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열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픔과 분노의 눈물이 흐른다"며 "그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반민주·독재 정권의 잔재들을 청산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또 "4~5월 남북·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열사들이 간절히 바랐던 한반도 통일의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족 나문석씨는 "43년 전 오늘 이렇게 가족들이 모여 제를 지낼 날이 오리라 생각도 못했다.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지만 언제부턴가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지들이 꿈꿔온 평화통일의 길이 머지 않았다. 내년에는 더욱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창덕(90) 이사장이 "박정희 독재 잔재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창덕(90) 이사장이 "박정희 독재 잔재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앞서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을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에 의한 사건이라고 결론 지었고,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고문과 가혹행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인혁당 사건 유족들과 관련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은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 또는 유기징역을 받은 이들에 대한 배상금 계산이 잘못됐다며 30년치 이자를 삭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유족과 관련자 대부분이 1인당 4~5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돌려줘야 했다. 그러나 반환을 거부한 이들에게는 현재까지도 연 20%의 연체이자율이 더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오후 2시 여정남기념사업회와 경북대 총학생회ㆍ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여정남열사 43주기 정신계승행사위원회'는 경북대 사회과학대학 앞에서 여정남추모문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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