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언론의 '미투' 보도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4.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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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매일신문·영남일보 등 8개 언론사 두 달간 모니터 결과
"성범죄 명시 않고 개인 일탈화ㆍ분석 없는 중계에 맨스플레인...'폭로'만 기다리는 기자들 불편하다"


대구경북지역 언론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보도에 대한 모니터 결과가 나왔다.

성폭력(성희롱·성추행) 피해 사실을 대중에게 고발하는 '미투' 운동에 대해 "폭로 현상을 중계할 뿐 구조적 원인 분석에는 소홀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또 성범죄를 "개인 성적욕망"이나 "일탈"로 보도하고, 미투에 대한 '맨스플레인(Mansplain. 남자 '맨(man)'과 설명하다 '익스플레인(explain)' 합성어로 남자가 여자에게 아는 척 설명하려 드는 행태를 가리키는 신조어)'적 보도 자세도 문제로 꼽았다. 취재 관행에 대해서는 "미투 폭로만 기다리는 기자들의 기대가 불편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투운동과 대구경북지역 언론보도 토론회'(2018.4.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미투운동과 대구경북지역 언론보도 토론회'(2018.4.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강혜숙)과 #미투대구시민행동은 13일 국가인권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미투운동과 대구경북지역 언론보도 토론회'를 열고 지역 언론의 미투 보도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1월 29일부터 3월 31일까지 매일신문·영남일보·대구일보·경북매일·KBS대구·대구MBC·TBC·연합뉴스(대구경북) 등 8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두 달간 '미투' 관련 보도를 모니터했다.

그 결과 ▲"미투 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폭로 현상만 중계하고 구조적 원인 분석에는 소홀했다" ▲"미투와 연관된 지역사회 선출직 공직자 등 권력층에 대한 감시·견제가 부족했다" ▲"미투 확산 이후 지역사회에 나타난 다양한 현상을 심층적으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종합 의견을 내놨다.

허미옥 팟캐스트 '인권이당' 제작자는 미투를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태와 관련해 당시 사건을 무마한 의혹을 사고있는 자유한국당 최교일(경북 영주·문경·예천)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최 의원 입장을 대변한 기사는 있었지만 사건 맥락 추적 기사는 없어 아쉽다"고 했다. 

(왼쪽부터)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 허미옥 팟캐스트 '인권이당' 제작자, 양정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장일환 대구시 가족권익팀 팀장(2018.4.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 허미옥 팟캐스트 '인권이당' 제작자, 양정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장일환 대구시 가족권익팀 팀장(2018.4.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언론사 대부분이 미투를 '나도 당했다'고 기술한 부분을 언급하며 "나도 고발한다", "나도 증언한다" 등 피해자 주체적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권력형 범죄와 일상적 성희롱 경계를 모호하게 보도하는 것은 미투 운동에 혼선을 줄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미투 후 "특정 정당에게만 집중한 보도가 많았다"며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피하고 인권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보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는 "성폭력을 개인 성적욕망이나 일탈로 다루며 명백한 성범죄로 명시하지 않는 보도는 문제"라며 "더 많은 미투를 기다리는 기자들의 기대도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투와 무관한 사건들을 마치 미투의 한 부분인양 인용하면서 미투에 대해 훈수를 두는 지역 언론의 맨스플레인도 많았다"면서 "언론사를 막론하고 논설과 칼럼에서 아주 흔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양정혜 계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원인과 문제점을 짚기보다 누가 고발을 당했고 어떤 폭로가 나왔는지만 전달해 미투를 파편화 시켰다"며 "기자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보도 분야별 특화된 교육을 해서라도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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