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청년을 지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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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 『노오력의 배신』- 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
(조한혜정, 엄기호 외 지음 | 창비 | 2016)


지역에서 청년운동이라고 일컫는 활동을 시작한 것이 6년 정도 된 것 같다. 대구에서 청년운동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청년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라고 청년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12년, 2013년만 하더라도 청년이 취업 못하는 것, 빚을 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왜 사회의 비용을 들여가며 청년 개인의 문제 해결해 주어야 하냐는 분위기였다. 불과 5-6년이 지났을 뿐인데 우리사회에서 청년에 대한 인식은 왜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잘 해설하고 있는 것이 ‘노오력의 배신’이다.

사회적으로 청년문제는 사회문제가 되었지만 아직도 청년이 더 ‘노력하면 된다’식의 인식이 존재한다. <자수성가한 부모세대들은 ’하면된다‘라는 신화를 자녀들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성공신화는 두가지 차원에서 쓰여졌다. 하나는 밑천없이 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버는 것, 다른 하나는 죽어라 공부해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이었다. 개인의 성공을 위한 노력이 아니어도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의에 맞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이들 역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써나갔다.>(P33). 이처럼 우리 부모세대에 ‘청년’이라는 말 자체가 도전과 열정, 성공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곤 하였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에게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로 대한민국은 파탄이 났다. 청년 또한 더 이상 도전과 열정, 성공이라는 단어들과 점점 멀어져 갔다. <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불안정 노동은 상시화 되었다. 좋은 일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입시 경쟁은 더욱 과열화 되었으며,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한 스펙경쟁도 심화되었다.>(P42). 청년들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한 경주마로 전락시켜 버렸다.
 
『노오력의 배신』(조한혜정 , 엄기호, 강정석, 나일등, 이충한, 이영롱, 최은주, 천주희, 이규호, 양기민 지음 | 창비 | 2016)
『노오력의 배신』(조한혜정 , 엄기호, 강정석, 나일등, 이충한, 이영롱, 최은주, 천주희, 이규호, 양기민 지음 | 창비 | 2016)

또한, 일자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의 일자리가 대부분인 청년들은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언제 일자리에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낮은 임저임금 수준의 낮은 소득도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20대부터 빚을 지게 된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대학등록금은 비싸고 졸업을 해도 소득은 낮은데 기본 생활비는 높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는 청년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요즘세대를 ’청년실신시대-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시대‘라고 일컫는 신조어만 보아도 청년층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지 예상할 수 있다.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포기를 선택했다. 3포(연애, 결혼, 출산)부터 이제는 N포가 되었다. <가장 먼저 포기의 대상에 오른 것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이다. 우선 연애부터 보자. 그들은 누군가를 만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다.>(P12), <결국 인간관계와 희망마저 포기한다. 예전에는 힘들 때 친구를 만나면 경제적 여유가 친구가 밥값과 술값을 지불했다. 지금은 아니다. 더치페이가 정착한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일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그래서 있어야 할 돈이 없으면 자존감이 상한다.>(P13). 무언가 하기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삶은 이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청년들은 차악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점점 청년들은 사회로부터 멀어져 간다. 분노가 혐오로 표현되고 있다. 헬조선이니 노답이니 벌레로 나와 서로를 칭하며 자조한다. <사회가 노답이라며 조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회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는 곧 그 벽이고, 언제나 주위를 둘러싸왔던 그 벽은 내가 충분히 ’노오력‘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P85).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지지이다. 어설픈 답을 주는 것보다는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정확한 객관식 답안을 만들려 노력하기 보다, 청년들이 써내려가고 있는 삶의 에세이에 귀 기울이는 편이 낫다.>(P89). 청년의 개개인의 삶에 진심어린 지지 말이다.

사실 이미 청년들이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우리사회의 청년문제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고 있다. <최근 여러 청년단체에서 보여주는 행보를 보면 ‘소수’의제를 너머 노동(청년유니온), 주거(민달팽이유니온), 기본소득(기몬소득 청‘소’년네트워크)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로 새로운 ‘의제’로 만들고 전환하려는 시도이다.(P66). 그것은 처음은 청년유니온이었다. ‘당사자운동’에 기반한 청년운동이다.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노동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사회적 노동조합이다. 청년유니온의 첫 사업은 카페 아르바이트노동자의 주휴수당을 받아내는 것부터였습니다.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청년유니온이 만들어지고 9년이 흘렀다. 지금은 청년운동에서 청년유니온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청년유니온은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2013년 대구청년유니온이 만들어졌고, 올해는 대구청년유니온이 출범한지 6년째 되는 해이다. 놀라운 것은 청년들이 대구청년유니온에게 많은 도움을 청하고 우리 단체의 활동에 공감하여 자발적 회원가입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대구청년유니온을 찾는 이유는 바로 청년유니온이 ‘당사자성’에 기반을 둔 청년노동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삶에 변화하는 것에 청년들은 새로운 청년운동의 의미를 두고 있다. 내가 느끼는 문제에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의 자그마한 부분이라도 변화하게 하는 것, ‘작은 성공의 축적’이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고리이다.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출범식...네트워크에는 대구청년유니온, 정의당대구시당 청년위원회, 우리미래대구시당, 청년당대구시당 준비위원회, 청춘꿈공작소, 청년부채질,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공동체 '이후' 등 7개 단체와 개인 40명이 참여하고 있다.(2018.2.9.중구 대안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출범식...네트워크에는 대구청년유니온, 정의당대구시당 청년위원회, 우리미래대구시당, 청년당대구시당 준비위원회, 청춘꿈공작소, 청년부채질,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공동체 '이후' 등 7개 단체와 개인 40명이 참여하고 있다.(2018.2.9.중구 대안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올해는 청년들이 스스로 청년부채를 해결해보기 위해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수많은 청년채무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목소리를 전하고 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일 것이고 청년들이 부채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대안적 사회안전망을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청년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들의 움직임이 지역에서 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은 지역에서 자발적이고 서서히 일어날 것이다.

활동을 하며 많은 분들이 청년문제를 세대문제로 분리하게 되면 사회문제를 단절되게 보는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우선 청년의 문제는 청년들이 해결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작지만 이런 성공들이 쌓여 청년들이 차근차근 성장해나간다면. 이런 청년들의 노력과 성과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헬조선’. ‘고담대구’에서 이런 시도자체를 해내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하지만 아직 청년들의 힘은 미약하고 가진 것도 없다. 질책보다는 관심과 지지로 청년을 봐주었으면 한다.

결국 책이야기로 시작하여 나의 활동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마지막은 책이야기를 하고 싶다.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위해서는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노오력의 배신’은 청년세대를 이해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노오력의 배신’을 한번 보시고 주위의 있는 청년을 2명만 만나본다면, 그들의 삶을 들어본다면, 섣부른 기대와 요구 대신에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길] 135
최유리 /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상임대표.
전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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