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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의 이상한 생태탐방로, 환경부·문화재청의 제도적 허점

기사승인 2018.05.17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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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환경부, 1만 제곱미터 미만이라고 환경영향평가 제외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 다치거나 해를 입어야 사업 중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조명에 하나둘 빛이 들어왔다. 정확히 저녁 7시 30분이 되자 달성군의 이른바 생태탐방로의 조명에서 불을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조명의 불빛은 점점 밝아졌고, 형형색색의 불빛이 점멸했다. 울긋불긋 화려한 야간 개장을 단행한 관광명소와도 같은 외관의 생태탐방로, 바로 이곳은 대구 달성군이 지난 4월 12일 개통한 '낙동강 생태탐방로'다.

   
▲ 화려한 야간 조명이 들어온 달성군의 이상한 생태탐방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화려한 야간 조명이 들어온 달성군의 이상한 생태탐방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형형색색의 조명 빛이 들어오자 무더웠던 대낮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인근  달성군의 아파트 단지에서 온 주민들로 보였다. 산책 나온 부부에서부터 애완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 자전거를 탄 채 생생 지나가는 사람, 애들도 데리고 와 철부지들은 이러저리 마구잡이로 뛰어다닌다.

기자가 아직도 수리부엉이가 이곳에 살고 있나, 살펴보기 위해 탐방로 한 곳에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이른바 탐방객들을 지켜본 장면이다. 그들에게 이곳은 생태탐방로가 아니라 잘 M여진 '멋진' 산책로일 뿐이었다. 

"정말 잘 해놨네", "우리 남편 델고 다시 한번 와야겠다", "강 바람 맞으며 걸으니 시원하니 정말 좋다"

이런 독백을 하면서 탐방객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이곳이 이른바 생태탐방로란 사실을 전혀 모를뿐더러 그것이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저녁 먹고 난 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은 것이다. 그것도 강바람을 맞으며 하식애란 이 좋은 풍광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보였다.

사실상 산택로일 뿐인 이 탐방로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화원유원지를 찾는 주말 인파가 수천 명을 넘어서니 야간 조명까지 설치된 이 멋진 산책로가 알려지면 밤에도 수천 명의 인파들이 몰릴지도 모를 일이다.

희귀 야생동식물들의 평화로운 집, 화원동산 하식애

화려한 조명으로 인한 심각한 빛 공해에 소음 공해에 고스란히 노출 되는 것은 이곳에 살고 있는 희귀 동식물들이다. 화원동산 하식애에는 이미 밝혀진 것만으로도 멸종위기종이자 이 나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삵(살쾡이)과 역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 산림청 희귀 식물자원이자 대구시 천연산림유전자 보호림인 모감주나무군락지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 희귀식물이자 산림유전자보호림인 모감주나무군락지 앞으로 이른바 생태탐방로가 놓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화원동산 하식애에서 촬영한 멸종위기종 삵의 모습. 이곳이 이들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처인 것이 확인된 것이다. ⓒ 정수근

이들은 화원유원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곳에 살아왔다. 사실상 화원동산 하식애는 이들 야생동식물들의 집인 것이다. 그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마치 DMZ와도 같은 공간이라 이곳에 이들 희귀동식물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이곳에서 수천만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곳 화원동산은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이지만, 밤이 되면 이내 적막강산으로 변한다. 인근에 민가도 거의 없기 때문에 밤이 되면 이곳 화원동산과 하식애는 온전한 야생의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곳의 그동안의 평화로운 질서였다. 인간과의 공존의 룰이었던 것이다. 낮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대신 밤에는 우리 야생동물들이 이용한다는.

   
▲ 대구 달성군도 이곳에 삵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표식을 달아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 평화가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는다면 이곳 화원동산의 평화는 완전히 깨어질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희귀 야생동물들은 더 이상에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화원동산 하식애 평화를 망치는 이상한 생태밤방로

화원동산 하식애를 대표하는 모감주나무군락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미 이 화려한 조명에 날파리와 나방들이 몰리고 있다. 그 중에는 해충도 있을 수 있다. 이 해충들이 모감주나무군락지를 잠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는 학자도 있다.

   
▲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달성군의 생태탐방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화려한 조명 아래 많은 하루살이와 불나방들이 모여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야생동물의 은밀한 서식처인 이곳에 인공의 강한 빛을 쏘아올린다는 것은 생태테러와도 같은 행위다. 야생동식물들에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이다. 이곳의 희귀야생동물들이 잠을 잘 수 없을 것이고, 이 조명빛으로 무수한 날벌레들이 날아들고, 이 날벌레들 중에는 식물사회을 초토화시키는 해충도 있다. 소나무재선충이 그래서 무서운 거 아닌가. 무지해도 이렇게 무지한 행정을 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곳 희귀식물군락지를 망치는 짓이다. 이 엉터리 탐방로는 당장 철거해야 한다."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교수의 깊은 우려이자 탄식이다.

이 문제의 탐방로가 생태계 망치는 생태탐방로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들 표현대로 멋진 산책로를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이 탐방로 사업에 100억원이라는 국민혈세가 쓰였다. 사실 이 탐방로는 꼭 있어야 하는 시설이 아니다. 달성군이 이 탐방로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화원동산 너머 마을인 구라리의 구라제방 바로 뒤편에 들어서는 생태학습관을 이어주는 길을 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길은 이미 화원동산 너머로 나있다. 그 길을 이용해도 충분하다. 그 길이 직선거리가 아니라서 조금 돌아가는 길이라면 달성군이 화원동산에 도입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전기차를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 화원동산 하식애 전경. 하식애 앞으로 이른바 생태탐방로가 놓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모감주나무군락지가 완벽한 초록으로 물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굳이 이 새로운 길이 필요한 충분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길은 생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사업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되어야 했었다. 이 사업이 생태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업인가 알아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환경부가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이런 사업을 할 때는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은 제외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1만 제곱미터 미만의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쪼개기 수법이 도입된다. 사업을 쪼개어 하면 되는 것이다. 올해는 요만큼 몇 년 후에 다시 요만큼 하는 식으로 사업을 벌이면 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환경영향평가법과 문화재보호법

사실 이 탐방로 사업과 대구시가 하는 생태학습관 사업은 같은 사업으로 봐야 한다. 이 탐방로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생태학습관이기 때문이다.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업을 하나는 달성군이 하고, 하나는 대구시가 하면서 각각의 사업이 되고, 각각의 사업은 쪼개어져 법망을 피해가는 아주 기발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제도의 허점과 공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개발행위에는 반드시 사전환경성검토를 받도록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또한 부근에서 일어나는 다른 사업과의 연계 여부나 관련성 여부 또한 반드시 따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전에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달성군과 같은 생태 죽이는 생태탐방로사업은 절대로 행해질 수 없다. 세상에 멸종위기종의 집(서식처) 앞으로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춘 화려한 관광용 산책로를 M는 나라가 이 나라말고 또 있을까.

   
▲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화원동산 하식애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곳이 수리부엉이의 서식처임이 확인된 순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문화재청 또한 마찬가지로 제도적 허점이 있다. 수리부엉이는 멸종위기종으로 환경부의 보호를 받지만, 동시에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도 허점이 있었다.

문화재청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천연기념물이 종 자체로 지정이 되는 경우가 있고, 서식처로 지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수리부엉이는 종으로 지정이 돼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사업으로 인해 이 수리부엉이가 다치거나 해를 입어야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수리부엉이가 어떻게 되지 않는 이상 이 사업을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

서식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돼있다면 이 사업 자체를 할 수 없었을 덴데, 수리부엉이가 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이 수리부엉이가 상해를 입어야지만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수리부엉이가 이 탐방로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에 놓여 있게 되는데, 이런 사실은 어디에도 반영될 수 없는 셈인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보호법이란 법이 있지만 이 법으로 지킬 수 있는 천연기념물은 거의 없어지는 이유다. 종을 보호하는 건 그 서식처를 보호하는 것인데, 그 서식처를 지킬 수 없다면 그 종 또한 곧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런 법은 그야말로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는 셈이다

   
▲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처럼 현행 환경영향평가법과 문화재보호법이란 법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제도적 허점과 미비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고, 영악한 인간들은 이 허술한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오늘도 핵심서식처에서 개발사업을 열심히 벌여나갈 수 있는 배경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히 필요하다


화원동산 탐방로 사업은 달성군의 탐욕과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허술한 법망이 빚어낸 참사로 볼 수 있다. 상식의 눈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한 지자체에 의해 자행되었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둠이 깊은 밤 드론을 날렸다. 하늘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화원동산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낙동강과 달성습지는 칠흑의 어둠이 깔려 있다. 그런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화원동산 하식애엔 화려한 조명빛이 들어와 있다. 주막촌과 탐방로의 조명빛은 너무나 화려하다. 야경으로만 보면 너무 아름답다 할 정도로 환한 조명이 밝혀진 것이다.

   
▲ 화원동산 하식애 앞 탐방로에 화려한 조명빛이 밝혀졌다. 칠흑같은 어둠에 조명이 도드라져 보인다. 저 조명빛이 야생동식물들에겐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낙동강과 달성습지(좌)와 화원동산(우)가 탐방로의 인공빛으로 완벽히 갈라졌다. 저곳으로 아무런 생태탐방의 준비가 안된 소란스런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탐방로가 없었더라면 하식애와 달성습지는 완벽한 어둠에 놓였을 것이다. 달성습지와 화원동산이 이른바 야생의 세계를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탐방로가 그 연결지점을 막아놓은 것이다. 생태계의 단절, 바로 그것을 이 생태탐방로가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1세다.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할 때다. 그간 우리는 자연을 맘껏 이용하고 착취해왔다. 그 부작용이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져 왔다. 그간 얼마나 많은 종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던가. 자연을 대상화하고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해보려는 탐욕이 빚은 결과다.

이제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자연과 공존을 모색해야만 한다. 최대한 자연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개발,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불필요한 사업들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생태 죽이는 생태탐방로와 같은 이 달성군의 탐방로 사업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고]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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