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호소한 장애인 부모들...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5.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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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보장 협약' 3차례 연기 통보에 눈물로 호소
"장애인교육센터 신설...아이들 위해 제발 협약 맺어달라"
권영진 후보 "예산 문제 크다. 재논의하자"...넘어져 병원 치료, 오후 일정 중단


권영진 대구시장 앞에 무릎 꿇은 장애인 부모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 앞에 무릎 꿇은 장애인 부모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영진 시장님, 제발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장애인교육센터라도 짓게 해주세요"

장애인 부모들이 결국 권영진(55) 대구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중증·발달·지적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협약을 권 시장이 3차례나 미루자 결국 무릎까지 꿇고 눈물로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권 시장은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후 12시 중구 반월당네거리 동아쇼핑 앞에서 6.13 지방선거 발대식을 열었다. 현직 대구시장인 그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다. 이 자리에는 김상훈(대구 서구)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 등 지지자 300여명이 모였다. 

발대식에는 또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소속 장애인 부모 10여명,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관계자 40여명도 참석했다. 한 달 전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구시장 후보 전원에게 장애인 권리보장 요구안을 제안했는데 권 시장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 30일까지 캠프 관계자들과 최종 조율안을 만들어 협약을 맺기로 했는데 이날 오전 10시쯤 3번째로 연기한다고 통보하자 결국 권 시장을 찾아 호소하게 된 셈이다.

"권 시장님 제발..." 눈물로 호소하는 장애인 부모(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권 시장님 제발..." 눈물로 호소하는 장애인 부모(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곤봉을 들고 장애인들을 해산시키려는 권 시장 측 한 인사(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곤봉을 들고 장애인들을 해산시키려는 권 시장 측 한 인사(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후 12시 30분쯤 권 시장이 유세 차량에 올랐다. 장애인 부모들은 권 시장 유세 차량 바로 아래 현수막을 펼치고 무릎을 꿇었다. 현수막에는 '장애인들과 부모들의 절규를 버려두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혔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도 휠체어에서 내려와 권 시장 앞에 엎드렸다. 일부는 '장애인 권리를 외면치 말아주십시오', '장애인 부모의 한맺힌 절규를 들어주십시오' 글귀가 적힌 피켓을 펼쳤다.

지적장애인 2급 17세 자녀를 둔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아이가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무릎 꿇고 외쳤다. 전 회장은 "내가 사라지면 우리 애는 희망원 같은 시설에 갇힌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디, 제발 협약을 맺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함께 무릎 꿇고 권 시장 앞에 엎드린 다른 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동시에 절규했다. 

요구안은 ▷장애인 복지 공공시스템 강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통합환경 조성 ▷탈시설·자립지원 체계 구축 ▷지역사회 생활 안정화 ▷장애친화적 지역사회 조성 등 5가지 주제, 32개 정책이다. 이들은 3월부터 공약화를 요구해 왔다. 이 중 쟁점은 중증·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구·군별 신설,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확대, 중증·발달장애인 자립주거지원 임기내 40체 확대다. 실무진에서 합의가 됐지만 권 시장 거부로 "사실상 협약이 파기됐다"는 게 장애인 부모들의 주장이다.

장애인 부모가 "얘기를 들어달라"며 권 시장 앞에 섰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 부모가 "얘기를 들어달라"며 권 시장 앞에 섰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자 권 시장이 갑자기 "억" 소리를 냈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자 권 시장이 갑자기 "억" 소리를 냈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명 후 넘어진 권 시장을 캠프 인사들이 둘러쌌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비명 후 넘어진 권 시장을 캠프 인사들이 둘러쌌다(2018.5.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권 시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 "예산 문제가 크다", "재논의 하자"고 발언했다. 하지만 부모들의 무릎 호소가 계속돼 결국 유세 차량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내려 온 권 시장은 광장에 모인 지자들과 악수를 했다. 부모들은 "답을 하고 가라", "비겁하게 도망가지 마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딸과 함께 온 한 부모가 권 시장 앞에 서서 "얘기를 들어달라"고 권 시장을 막아섰다. 그러자 권 시장은 갑자기 "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권 시장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부모들을 둘러싸고 "누구 사주 받고 왔냐", "X신", "X갑" 욕설을 뱉으며 분란을 일으켰다. 곤봉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 중재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 시장은 현장에서 넘어진 것을 이유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한 인사는 "권 시장이 꼬리뼈를 다쳐 오후 일정을 중단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건 실체를 밝혀 고소나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떤 한 장애인 부모는 "헐리우드 액션"이라며 "장애인 부모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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