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들이 결국 권영진(55) 대구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중증·발달·지적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협약을 권 시장이 3차례나 미루자 결국 무릎까지 꿇고 눈물로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권 시장은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후 12시 중구 반월당네거리 동아쇼핑 앞에서 6.13 지방선거 발대식을 열었다. 현직 대구시장인 그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다. 이 자리에는 김상훈(대구 서구)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 등 지지자 300여명이 모였다.
발대식에는 또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소속 장애인 부모 10여명,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단체(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관계자 40여명도 참석했다. 한 달 전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구시장 후보 전원에게 장애인 권리보장 요구안을 제안했는데 권 시장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 30일까지 캠프 관계자들과 최종 조율안을 만들어 협약을 맺기로 했는데 이날 오전 10시쯤 3번째로 연기한다고 통보하자 결국 권 시장을 찾아 호소하게 된 셈이다.
지적장애인 2급 17세 자녀를 둔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아이가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무릎 꿇고 외쳤다. 전 회장은 "내가 사라지면 우리 애는 희망원 같은 시설에 갇힌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디, 제발 협약을 맺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함께 무릎 꿇고 권 시장 앞에 엎드린 다른 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동시에 절규했다.
요구안은 ▷장애인 복지 공공시스템 강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통합환경 조성 ▷탈시설·자립지원 체계 구축 ▷지역사회 생활 안정화 ▷장애친화적 지역사회 조성 등 5가지 주제, 32개 정책이다. 이들은 3월부터 공약화를 요구해 왔다. 이 중 쟁점은 중증·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구·군별 신설,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확대, 중증·발달장애인 자립주거지원 임기내 40체 확대다. 실무진에서 합의가 됐지만 권 시장 거부로 "사실상 협약이 파기됐다"는 게 장애인 부모들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딸과 함께 온 한 부모가 권 시장 앞에 서서 "얘기를 들어달라"고 권 시장을 막아섰다. 그러자 권 시장은 갑자기 "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권 시장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부모들을 둘러싸고 "누구 사주 받고 왔냐", "X신", "X갑" 욕설을 뱉으며 분란을 일으켰다. 곤봉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 중재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 시장은 현장에서 넘어진 것을 이유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한 인사는 "권 시장이 꼬리뼈를 다쳐 오후 일정을 중단하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건 실체를 밝혀 고소나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떤 한 장애인 부모는 "헐리우드 액션"이라며 "장애인 부모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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