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판 기사'를 자료로 써 기소(선거법 위반)된 강사에게 대법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 대선 후보를 비방하거나 낙선시킬 목적으로 대학 강의에서 비판적인 내용의 신문 기사를 보조자료로 활용했다고 본 검찰과 이를 받아들인 법원의 1·2심 유죄 재판 결과를 5년여만에 뒤집은 것이다.
강의자료 선택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라고 규정하며 다양한 비판과 자극으로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이 행위의 과정이라고 대법원은 해석했다.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최초로 판시한 셈이다.
재판부는 당일 보도자료에서 "교수의 자유는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라며 "헌법 제31조 제4항도 학문적 연구와 교수의 자유의 기초가 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의 자유는 학문의 자유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다양한 비판과 자극을 받아들여 연구성과를 발전시키고 그 행위 자체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으로 자유롭게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또 "헌법이 대학에서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특별히 보호하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수행위 내용과 방법이 기존 관행과 질서에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여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아니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와 교수를 위한 정당한 해우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피고인(유지수)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박 후보에 대한 비판 내용이 일부 포함됐으나 주된 내용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평가·언론보도 비평"이라며 "기사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게 강좌 목적·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제18대 대선과 관련해 박 후보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를 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구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 공판이 재개될 예정이다. 재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사건 변호를 맡은 구인호(53.법무법인 참길) 변호사는 같은 날 "학문의 자유, 특히 교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엄격하고 한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 최초 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 사건은 민변 대구지부 변호사 5명(구인호, 박경찬, 이승익, 신성욱, 정재형)이 변호를 맡았다.
앞서 대구지검은 2012년 제18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전인 2012년 9~10월, 당시 영남대 사회학과 강사였던 유씨가 '현대 대중 문화의 이해'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박근혜 비판 기사 10개를 강의자료로 활용한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며 2013년 초 기소했다. 대구지법과 대구고법은 각각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보고 모두 유죄(벌금 100만원)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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