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장애인 단체가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에도 한 달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초복(初伏)이었던 지난 17일, 대구시청 맞은편에는 파란색 천막 한 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은 지역 34개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권영진 대구시장의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 협약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8일부터 농성을 시작한지 30일째 되는 날이다.
최고기온 36.6도, 체감온도 40도를 육박하는 한낮의 뜨거운 햇빛에 천막 안 공기도 후덥지근했다.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아스팔트 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륵 흘렀다. 천막을 지키는 420연대 활동가 5~6명은 찜통더위를 부채 하나로 버티며 농성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한 회의를 가졌다. 이들 단체의 정책 협약 요구에 권 시장은 줄곧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민선 7기 취임 첫 날이자 농성 보름째인 지난 2일, 권 시장은 처음으로 이들 단체의 농성장을 찾았다. 그러나 협약식을 기대한 이들에게 "지킬 자신이 없다"며 "협약 체결을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한 시간가량 대화가 이어졌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권 시장은 취임 첫 날부터 '협약 불가' 입장을 못박았다. 대구시는 이들의 정책 반영 요구에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간의 농성은 순탄지 못했다. 태풍이 지나고 장마가 끝나자 악명 높은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무더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거센 비바람에 농성장 일부가 무너졌고, 한동안 전기를 쓸 수가 없어 열대야를 뜬눈으로 지새야 했했다. 또 대구시가 농성 장애인들의 시청사 출입을 막으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매일 오전 집회와 점심·저녁시간에는 인근 네거리, 동성로 등을 중심으로 1인시위와 캠페인을 벌이며 정책협약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장은 "취임 첫 날부터 협약 불가를 못박은 권 시장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을 대구시정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지난 한 달간 대구시는 대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결정권 없는 관련부서에 일을 떠넘기지말고 정책 제안 요구에 직접 답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명숙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은 "420연대가 제안한 모든 정책에 대해 협약을 맺을순 없더라도 일부 실현 가능한 정책들은 현재 2030위원회를 통해 검토 중"이라며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에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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