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밤을 홀로 버티는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 서비스 24시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주변의 도움 없이는 몸을 가누지 못해 밤에는 꼼짝 없이 누워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온 방모(46.지체장애1급)씨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전동휠체어에서 내렸다. 활동지원사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그는 바닥에 누워 하늘만 바라봤다. 에어컨 없는 작은 방에 더위를 피할 방법은 타이머를 맞춘 선풍기 한 대가 전부다. 혼자서는 팔 하나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방씨는 물 한잔 마시지도,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방씨는 "돌아눕지도 못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 범벅이 된다. 더운 것도 힘들지만 혼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지 항상 불안하다"며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은 절실하다. 예산이 부족하고 방법이 없다는 핑계로 방치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경북 경산의 송모(33.뇌병변장애1급)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굽은 척추 때문에 소화가 잘 안돼 밤마다 복통을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하루 12시간의 활동보조가 전부인 그에게 밤 늦게는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병원에 가는 것은 물론 용변을 보거나 형광등조차 혼자서는 켜고 끌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열로 불이 날까봐 선풍기 바람도 마음껏 쐬지 못한다.
대구에서는 현재 900여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거나 혼자 살면서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받고 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은 하루 평균 12~15시간가량을 활동지원사와 함께 보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밥을 먹고 옷을 입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경우 화재나 사고 등에 누구보다 취약하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중증장애인들에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상황이다.
권영진 시장도 2014년 '24시간 활동보조 확대'를 공약했지만 하루 최대 3시간 추가 지원에만 그치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지자체의 활동보조 추가 지원이 중앙정부 정책과 '유사·중복'된다는 이유로 사업 승인을 받지 못했기 못했다. 대신 2016년부터 '야간순회 방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20명정도만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오는 14일 달서구 이곡동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사각지대를 알린다.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 시간 부족에 따른 피해 사례를 알리고, 국민연금공단의 적절하지 않은 심의 절차,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실상 등을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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