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버린 열매 애타는 농심...경북, 농작물 폭염 피해 '전국 최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8.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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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폭염, 전국 피해 40% 경북에 쏠려...농민들 "재해" 울상 / 농림부·지자체 "조사 후 복구비 지원"


햇볕에 누렇게 타버린 잎은 손만 대도 파스스 부서졌다. 속까지 익은 열매는 흙 바닥에 떨어져 뭉개졌다. 올 여름 농작물 폭염 피해가 가장 심한 경북지역 농민들의 마음도 쌔까맣게 타들어갔다.

지난 16일 오후 김천시 농소면 입석리의 한 포도밭, 햇볕에 그을린 잎은 손만 대도 파스스 부서졌다. 나무 줄기도 누렇게 말랐고, 포도송이는 뭉개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염에 포도는 알맹이가 채 열리기도 전에 그을려 자라지 못했다. 전체 포도밭 7600㎡ 중 30%가 피해를 입었다.

'햇볕데임'으로 자라지 못하고 떨어진 포도(2018.8.16.김천시 농소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햇볕데임'으로 자라지 못하고 떨어진 포도(2018.8.16.김천시 농소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포도 '햇볕데임' 피해를 입은 농민 강선연씨(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포도 '햇볕데임' 피해를 입은 농민 강선연씨(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당일 모처럼 소나기가 내려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40일 가까이 이어진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 시름은 깊다. 이곳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강선연(51)씨는 "올 봄엔 냉해로 꽃을 맺지 못하더니 여름엔 폭염으로 과실이 크질 못했다. 일년을 꼬박 농삿일에 매달렸는데 허탈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그나마 관개시설이 잘 돼있어 물은 충분히 줄 수 있었지만 물을 끌어올릴 저수지도 없는 아랫동네는 수확을 아예 못하는 곳도 있다"며 "이정도 피해로 어디가서 우는 소리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민 피해보다 농산물 가격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농작물 피해보험이 있어도 보장 내용이나 정부 판단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 몫"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16일 기준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전국 2,909ha다. 이 중 경북지역 피해는 전체 피해의 40%가량인 1,236ha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경북 전체 23개 시·군 중 군위·울릉 2곳을 뺀 21곳에서 농작물 햇볕데임, 고사(말라죽음) 피해가 나타났다. 영주 296.5ha, 문경 231.2ha, 상주 155.8ha 순으로 가장 피해가 컸고, 포도·자두가 주산물인 김천에서도 9개 읍·면, 32.5ha의 엽소(잎마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잇따라 폭염 대책을 내놨다. 농림부는 보험금 조기 지급을 비롯해 피해농가에 재해복구비·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탄산칼슘과 복합비료를 무상농작물 재해보험에 폭염 특약 등을 보험 기본계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상북도도 지난 10일 16억원을 들여 시·군별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관개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바싹 마른 포도잎(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바싹 마른 포도잎(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뭉개진 포도송이(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뭉개진 포도송이(2018.8.16)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 대부분이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사과·포도·복숭아 등 쉽게 무르거나 온도에 민감한 과수의 경우, 폭염 피해로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많은 농가에서는 인건비·자재비라도 아끼기 위해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강씨는 "물을 끌어오고 영양제를 맞춰도 이미 올해 농사는 끝났다"며 "현 대책은 내년에 대비해 흉년이 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농산물 가격은 10년 전과 비슷하지만 비료, 자재값은 몇 년새 3~40% 올랐다"며 "한 번의 피해로 농민들은 빚더미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재해 보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두농사를 짓고 있는 김옥겸(54)씨는 "날씨나 수급상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농가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병석 농림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폭염 상황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르면 9월 중순이 넘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대식 경상북도 친환경농업과 담당자도 "빠른 시일내에 폭염 피해 신고가 들어온 농가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조사할 방침"이라며 "파악이 끝나는대로 피해복구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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