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주민 의료지원' 3년간 18% 감소...올해도 '예산 고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10.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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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빈곤층 이주민 병원비 지원 176억→151억, 대구 5억1,500만원→4억2,600만원
지역 지원 대상 10년간 3배↑·지원비는 최근 5~6년 축소 / 이주민들 "도움 절실" / 시 "적자"


9년째 대구에 사는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뚜이엔(28.가명)씨는 10일 대구의료원을 찾았다. 얼마전 태어난 아들을 보기 위해서다. 뚜이엔씨 아들은 황달, 염증 진단을 받아 며칠째 인큐베이터실에 입원 중이다. 엄마는 매일 30분 아기를 보러 병원에 온다. 하지만 유리창 넘어 아들을 보는 얼굴은 어둡다. 입원비 때문이다. 출산비도 겨우 긴급지원을 받았는데 아들 입원비는 지원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대구의료원은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으로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이주민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의료지원 예산이 고갈돼 뚜이엔씨는 수 백만원의 입원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뚜이엔씨뿐만 아니라 이날 대구의료원을 찾은 많은 이주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구의료원 인큐베이터실 앞. 입원 중인 아들을 보러 온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뚜이엔(가명)씨. 아들을 면회한 뒤 유리창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뚜이엔시(2018.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의료원 인큐베이터실 앞. 입원 중인 아들을 보러 온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뚜이엔(가명)씨. 아들을 면회한 뒤 유리창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뚜이엔시(2018.10.10)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장과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뚜이엔씨의 남편은 최근 일자리가 없어 병원비를 낼 엄두를 못내고 있다. 가정주부인 뚜이엔씨는 아예 소득이 없는 상태다. 뚜이엔씨는 "간호사가 돈 떨어졌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해야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무서워요. 도와주세요"라며 난처함을 나타냈다. 

대구시 저소득층 외국인 이주민 의료지원비가 또 다시 바닥났다.

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민 인구는 지난 10년간 3배 가량 늘었지만 의료지원 예산은 지난 3년간 18%나 줄어든 탓이다. 지난 5~6년간 하반기면 반복되는 예산 고갈로 병원을 찾은 이주민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석 달 이주민들은 최소 수 백만원 병원비에 막막하기만하다.

대구시 지정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지정 '외국인주민 무료의료지원기관'인 대구의료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일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소외계층 외국인주민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이 소진됐다. 대구시는 9월말 쯤 고갈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2년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부터 외국인주민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지자체가 지정한 무료의료지원기관 100여곳에서 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의 입원진료와 당일 외래수술, 외래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70%, 지자체 30% 비율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은 매년 늘어나는 반면 지원비는 줄어 예산 고갈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년 전체 예산은 지난 2016년 176억원→2017년 151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와 같다. 물가상승률 대비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이 예산은 17개 시·도가 나눠서 사용한다. 이 가운데 대구시에 배정된 한해 예산은 앞서 2016년 5억1,500만원→2017년 4억2,600만원으로 18%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와 같다. 늘어난 지원 대상을 상정하면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구시 외국인주민 증감추이 표
대구시 외국인주민 증감추이 표

그러나 대구시 외국인주민 증감추이를 보면 2006년 15,000여명→2016년 40,000여명으로 늘었다. 10년간 3배 가량 증가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해 지원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대구시 보건복지국 한 관계자는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 건강한 삶의 질을 보장키 위해 인권 증진 차원에서 의료비를 지원하지만 대상이 늘어 예산 부족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대구의료원도 연간 2억여원 적자가 발생한다. 이주민도 20~30% 자부담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연대회의'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200만 다문화 사회가 된 한국의 현실을 봤을 때 이들의 생명과 건강,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민 의료 지원 사업비는 현실성에 맞춰 증액해야 한다"며 "한국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이주민들이 앞으로 석 달간 예산이 없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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