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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앉아 '땀' 빼앗지 못하게 하라

기사승인 2019.01.28  11: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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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부동산공화국 경제사 』(전강수 지음 | 여문책 | 2019)


토지정의를 한결같이 추구해온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를 출간하였다. 조선을 점령한 일본이 1910년대에 벌인 토지조사사업을 거쳐 근대적 토지사유제가 확립된 이후 100년간의 토지경제사를 정리한 역저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직접 요약한 내용을 보기로 한다.
 
"1부에서는 왕토사상의 전통을 가졌던 한국이 어떻게 대지주의 나라로 전락했는지, 그러다 해방 후 어떻게 갑자기 평등지권(平等地權) 사회로 변신했는지를 다룬다. 2부에서는 평등지권 사회가 어떻게 부동산공화국으로 추락해갔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서는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3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격을 밝히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근본 대안을 제시한다. 보론에서는 내가 약 25년간 토지정의운동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간략한 소회를 밝힌다."
 

1부 '해방과 함께 평등지권 사회가 도래하다'에서는 일제 치하에서 농지를 대지주가 독과점하여 '지주의 나라'가 되어버린 과정, 그리고 정부 수립 후 조봉암을 중심으로 한 초대 농림부 인사들의 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토지 소유 평등도를 자랑하는 '소농의 나라'로 변모한 과정을 조명한다. 농업중심 사회에서는 농지소유가 경제적 권력 관계와 그로 인한 불평등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개혁 대상이 중요할수록 개혁이 어렵다는 평범한 사실을 감안하면 농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던 당시의 우리나라에서 이런 농지개혁이 이루어진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공화국으로 추락
 
그러나 이후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상황이 크게 변화하였다. 토지가 농업생산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재테크의 대상으로서 부각된 것이다. 이런 역사가 2부 "대한민국, '부동산공화국'으로 추락하다"에 담겨 있다. 2부를 읽으면서 지난 50년 간 부동산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어온 심각한 불평등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서평자가 대학 1학년 때인 1968년 2월에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되어 졸업을 몇 달 앞 둔 1970년 7월에 완공되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고속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하면 된다'는 박정희 식 개발의 표본이었다. 모두들 경축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고속도로 건설에 동반하여 전국의 땅값이 들썩였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강남지역 개발을 들 수 있다. 허허벌판이었던 땅이 정부가 제3한강교를 건설하여 경부고속도로와 연결하고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기반시설을 조성하면서 땅값이 치솟았다. 3.3제곱미터 당 200원 하던 땅값이 단기간에 5,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자연히 토지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이 기회에 정권은 정권대로 정치자금을 마련하였고 대기업도 정경유착을 통해 막대한 이권을 챙겼다. 그 후 지금까지 부동산은 재테크의 대상이 되어 사회정의를 해치고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는데도 학계에서나 정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2부는 이 시기의 부동산 경제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책에서 차지하는 2부의 분량을 보든지 책의 제목을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라고 한 것을 보더라도, 저자는 농지개혁 때까지보다는 그 이후에 전개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더 역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정부 대응은 '냉탕-온탕'을 오가는 식이었다.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어 민심이 동요하고 경제가 위험해지는 시기에는 투기억제책을 일시 사용하다가 고비가 지나면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는 구실을 대면서 돌아섰다. 다만, 저자는 단 하나의 예외로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다음과 같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도 펼치지 못한 기념비적인 것들이었다.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기득권층이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댔고 그것이 마침내 일반국민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끝까지 정책기조를 지켜내는 강단을 보인 것은 역대 대통령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모습이었다."(199쪽)
 
토지개혁에서 지대개혁으로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동산 경제사 100년에서 무얼 배울까? 부동산은 교육과 함께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부당한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다. 이렇게 땀이 아니라 땅으로 돈을 버는 세상에서 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또 경제가 성장한들 불평등이 심하다면 대다수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오늘날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단순한 소유만으로는 아무런 이익이 나지 않도록 만들어 주면 된다. 농업사회에서는 농지를 평등하게 나누는 토지개혁이 정답이었지만 이제는 땅 자체가 아니라 토지가치를 평등하게 나누는 지대개혁이 정답이다. 이 책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하면서 토지보유세 강화를 역설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연계시키는 정책대안(245~254쪽)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부동산공화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안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고위공무원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적당히 적응하거나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하여 재테크를 하려고 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의 240~241쪽에 나오듯이 2017년 고위공직자 639명의 주택 보유 현황을 보면 강남 3구에 보유한 비율이 국세청 80%, 기획재정부 54%라고 한다. 세제를 담당하는 기관의 다수 공무원이 이런 상황이면 강남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세제개편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이 자기 돈주머니에 스스로 칼을 겨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242~244쪽)를 제안하고 있다. 적극 찬성이다.

   
▲ <경향신문> 2018년 10월 3일자 15면(경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재집권을 위해서도 과감한 사회경제개혁을 단행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도적 적폐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278쪽)고 한다. 정부 당국, 특히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무를 맡았던 김수현 정책실장이 이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권 없는 세상
 
이 책은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부동산 경제사에서 얻은 교훈을 부동산만이 아니라 모든 특권에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특권을 해체하는 최선의 방안은 '특권이익 있는 곳에 우선 과세한다'는 것을 조세제도의 제1원칙으로"(239쪽) 삼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특권은 "부동산 특권이 대표적이고 교육 특권, 일자리 특권, 재벌・대기업이 누리는 독점이윤과 초과이윤, 세습자산, 환경파괴와 자연자원 이용으로 누리는 특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에서 생기는 초과이익 등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다."(238쪽)

지대추구(rent-seeking) 이론에서 지대는 사회의 생산이 증가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의 이전에 의해 생기는 소득을 말한다. 좀 강렬하게 표현하자면 지대는 타인의 몫을 가로채서 얻는 이익이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특권이다. 그러므로 '지대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논리적으로 특권개혁이 뒤따라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 경제학자들은, 심지어 지대추구 이론을 전공하는 경제학자들도, 이 점을 언급하는 일이 별로 없다. 저자의 안목과 용기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특권 없는 세상!
 
서평자의 감회
 
   
▲ 전강수 교수
<부동산공화국 경제사>의 서평을 쓸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책의 말미에 실은 '보론' 266쪽 이하에서 보듯이 대구 지역에서 저자인 전강수 교수 등이 1994년에 '기독교경제학연구회'를 시작하였고, 곧 헨리 조지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마침 경북대에 재직하던 서평자가 1989년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축약본을 번역하여 출판했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도 아닌 서평자를 연구회에 초청하였다. 처음에는 서평자가 헨리 조지 사상을 연구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조금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연구회원은 서평자 이상으로 헨리 조지 사상에 정통하게 되었고 특히 전강수 교수는 오늘날 이 분야의 최고 학자가 되었다.

서평자는 1980년대 초중반부터 10년 남짓 헨리 조지 사상을 외롭게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런 훌륭한 우군이 나타나다니! 그 인연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그 후 20여년 공동 연구를 하였고 세월이 흘러 서평자는 경북대에서 정년을 맞았다. 정년 이후에도 자유업학자를 자처하면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나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강수 교수 같은 분이 있어 든든하다. 뿐만 아니라 전강수 교수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젊고 유능한 후학들도 생겨나고 있어 지대개혁의 전도는 어둡지 않다. 서평자는 복 받은 사람이다.

앞으로 할 일도 많다.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이론, 운동, 정치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일반국민이나 정치인들은 지대개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교과서에서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조차 지대개혁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얕다. 학문 개혁, 국민의식 개혁, 정치개혁을 이루어내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멀어도 바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책 속의 길] 160
김윤상 / 경북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평화뉴스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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