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용균'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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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왜 '위험의 외주화'가 생기나?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태안 화력발전소 연료 설비를 점검하다가 숨진 김용균 씨의 비극이 촉매제가 되어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어렵게 통과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면서도 정작 김용균 씨의 업무 분야는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또 2016년에 비슷한 사망 사고가 난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도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만, 지난 2월 5일, 정부와 여당은 발전소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를 맡은 2,200여 명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여 부분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했다.

위험한 작업을 외부 용역으로 돌리는 소위 ‘위험의 외주화’를 법으로 막고 그런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돌리는 것은 좋은 방향의 변화임에 분명하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왜 ‘위험의 외주화’를 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 그게 싸게 먹히기 때문인데, 이는 제대로 된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위험한 일은 보통의 일보다 당연히 보수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싼 임금으로도 위험을 무릅쓰는 노동자가 많이 있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 시장원리에 따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주는 기업 내부 처리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러나 원청기업 내 노동조합의 힘이 강하거나 직원 보호 장치 등이 작동하는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원인 중 첫 번째가 더 근본적이다. 위험한 작업을 외주하려고 해도 아무도 낮은 보수로 높은 위험을 떠안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둘째 원인이 있다고 해도 제2의 김용균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가 되려면 사람이 어떤 처지가 되든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면 된다. 즉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면 된다.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대구 분향소(2018.12.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씨 대구 분향소(2018.12.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안전망이 잘 구비되면 시장의 모습이 달라진다. 험한 일, 힘든 일은 보수가 대폭 높아진다. 생계 때문에 궁지에 몰리지 않으므로 노동자의 교섭력이 높아진다.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억압적인 분위기의 기업은 도태되고 만다. 노동의 유연성도 함께 높아진다. 우리 현실에서 더러 보는 이기적 노동조합에 대해 정부나 경영진이 강력히 대응해도 노동자 탄압이라는 비난이 먹혀들기 어렵다. 기업은 인력 관리를 탄력적으로 할 수 있고 노사 간의 극한대립도 대폭 줄어든다.

이런 해결책에 대해서 ‘복지는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류가 너무나 오랫동안 힘들게 세상을 살아 왔으니 무리도 아니다. 또 이런 복지는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용균법’에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한 것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시장경제’를 위해서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시장친화적’ 복지가 정답이다

그러나 이런 반대는 오해에서 생긴다. 조금만 공을 들여 생각해보면 아무도 베짱이가 되지 않는 복지, 시장친화적 복지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지대추구(rent-seeking) 이론’에 따르면, 지대는 사회의 생산이 증가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의 이전에 의해 생기는 소득을 말한다. 좀 강렬하게 표현하자면 지대는 타인의 몫을 가로채서 얻는 이익이라는 말이다.

지대를 차지할 수 있는 권한은 특권이다. 특권 없는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면, 부당한 빈부격차가 줄어 복지 수요 자체가 대폭 감소한다. 그래도 특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 즉 지대를 환수하여 시장경제를 정상화시키면서 이를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면 된다. 또 특권이익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등한 지분을 가지므로 이러한 복지는 각자에게 제 몫을 찾아주는 정의로운 복지이기도 하다.

우리 주위에서 보는 특권의 대표적 사례는 토지소유권이다.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노력이나 기여와 무관하게 증가하는 토지가치를 그냥 차지한다. 남기업 외(2018)의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동산 불로소득은 국내총생산의 20%를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김윤상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2018: 158면) 부동산 불로소득의 대부분은 물론 토지에서 생긴다.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해서라도 토지공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과 지대를 재원으로 하는 사회보장이 정답이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보수’ 정당이든 노동자를 위하는 ‘진보’ 정당이든 자신의 정강에 충실하다면 반대해서는 안 되는, 아니 오히려 적극 찬성해야 할 근본대책이다.

 
 





[김윤상 칼럼 76]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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