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검찰, '5.18 왜곡, 명예훼손' 불기소 처분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2.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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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에 '유공자 공직 싹쓸이·귀족대우' 현수막 걸어 피소된 친박단체 인사들 '혐의 없음', 항고기각
검찰 "다소 과장 있었지만 허위로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 / 대경구속부상자회 "가짜뉴스에 면죄부"


대구 검찰이 5.18 유공자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친박단체 인사들을 불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주장하던 대구지역의 한 친박단체 인사들은 지난해 1월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 천막을 치고 5.18 광주민화운동 유공자들이 공직을 싹쓸이하고 귀족대우를 받는다는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현수막을 내걸었다. 5.18 당시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구속돼 고문당한 피해자들은 현수막을 게시한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지난해 상반기 동안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명예훼손죄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들이 불복해 항고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말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피해자들은 "가짜뉴스에 면죄부를 준 대구검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15일 대구 동성로에 걸린 5.18 유공자 폄훼 현수막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018년 1월 15일 대구 동성로에 걸린 5.18 유공자 폄훼 현수막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5.18 유공자 귀족대우" 주장 친박단체의 현수막(2018.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5.18 유공자 귀족대우" 주장 친박단체의 현수막(2018.1.26)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지검(검사 김정훈)은 지난 해 7월 이상술(63)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이 박 전 대통령 무죄석방 동성로 집회 중 5.18 유공자 관련 현수막을 건 나라사랑연합회 대구본부 김모(58) 대표와  손모(64) 사무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김씨와 손씨는 '5.18 유공자 귀족대우'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공직자 싹쓸이, 각종 고시 가산점, 금융 및 대기업 최우선, 병역 면제, 금전 혜택, 매월 연금 혜택" 등의 문구가 적혔다. 수 십만명 불특정 다수 시민이 현수막에 노출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김씨와 손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현수막 게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 중구 대한문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을 때 본 문구와 인터넷 등을 참고해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5.18 유공자 구성원 수가 적지 않고, 명단이 비공개이며, 문구 자체가 개인을 특정하지 않은 점"을 들어 "명예를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았고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문구의 전체 취지와 내용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허위로 볼 수 없고, 피의자(김씨와 손씨)들이 해당 의혹에 대해 허위성 인식이 없다"면서 "명예훼손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파악했다. 때문에 "유공자들에 대한 표현이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지만 기소할 경우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보여 불기소 한다"고 밝혔다.

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2017.5.18.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2017.5.18.대구2.28공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경지부장은 불기소에 불복해 항고했다. 하지만 대구고검(검사 정성윤)도 지난해 11월 대구지검과 같은 이유로 항고 기각을 결정했다. 이후 이 지부장은 재정신청을 포기했다. 그는 12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지만원씨와 자유한국당의 억지주장, 가짜뉴스를 그대로 인정해 면죄부를 줬다"며 "유공자의 공무원 합격자 수는 전체 합격자의 0.1%에 지나지 않고 각종 혜택도 대부분 무관하거나 사실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피해자와 유공자를 폄훼하는 것을 처벌해야하는데 검찰이 기소조차 않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앞으로도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부장은 경북대 학생이던 1980년 5.18 즈음 광주 진실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석 달 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같은 해 비슷한 사건 주동자로 몰려 대공분실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야 유공자로 인정을 받았다. 대구경북지역 5.18 유공자는 8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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