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66년만에 헌법불합치...대구 여성계 "성적 자기결정권의 진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4.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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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대2 불합치 "여성 자기결정권·행복추구권 침해"→국회, 여성·의료진 처벌 형법 내년말까지 폐지
대구여성단체연합 "환영, 분투한 모든 여성들의 승리...지속가능하고 평등한 재생산권 논의 시작해야"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쳐(2019.4.11)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쳐(2019.4.11)

낙태죄가 66년만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11일 오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4명은 헌법불합치(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 3명(김기영, 이석태, 이은애 재판관)은 단순 위헌, 2명(이종석, 조용호 재판관)은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낙태죄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태아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낙태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같은 법 제270조 1항(의사낙태죄)은 1953년 법 제정 이후 66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헌재는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 개정을 주문했다. 내년 말까지 시효를 두고 이 기한이 끝나면 낙태죄의 효력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낙태죄 폐지하라"...한국여성민우회 행진(2019.3.30) / 사진 출처.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낙태죄 폐지하라"...한국여성민우회 행진(2019.3.30) / 사진 출처.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대구지역 여성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대구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강혜숙)는 이날 논평을 내고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성평등 사회를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렸다. 여성의 삶을 억압하던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든 여성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또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한 여성운동 역사의 진전"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오늘 헌재의 결정을 기점으로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재생산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혜숙 대구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안전한 임신중단과 건강한 재생산권을 위한 위대한 한 걸음"이라며 "헌재 결정 이후 법 개정까지 많은 쟁점이 있을 것이다. 국회는 헌재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전면 위헌 판결은 아니지만 그래도 환영한다"면서 "호주제 페지 이후 여성들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 청구인은 2013년~2015년까지 69회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다. 그는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묻기 위해 2017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기간 동안 법원 밖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헌재는 헌법소원 2년여만에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헌재는 2012년 같은 위헌소송에 대해서는 재판관 4대 4로 낙태죄 한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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