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70년사' 들여다보니... '2순위 총장'에 발목 잡혔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5.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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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서 발생한 총장 간선제 변경→총장 임용거부→2순위 총장 임용 사태 자세히 서술
"정권의 집요한 통제·간섭, 몽니...총장 자격 없는 사람 교수는 될 수 있나? 민주사회서 있을 수 없다"


경북대가 개교 70년을 기념해 발간한 '경북대학교 70년사'(2019.5.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가 개교 70년을 기념해 발간한 '경북대학교 70년사'(2019.5.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5장 총장 장기 공석 사태의 시말과 해결(2019.5.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5장 총장 장기 공석 사태의 시말과 해결(2019.5.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치 논리를 앞세워 오로지 자신의 구미에 들어맞는 총장만을 가리려 해선 곤란하다. 총장 될 자격 없는 사람이 어떻게 교수는 될 수 있단 말인가.('경북대학교 70년사(史)' 중 제5장 272쪽 발췌 내용)"

경북대가 개교 70년을 기념해 발간한 '경북대 70년사' 중 일부다. 대학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지 않고 발간 권수도 10분의 1(1,000권→100권)로 줄여 안팎에서 '사초(史草) 비공개' 논란이 일자 지난 27일 직접 책 내용을 확인했다. 대학은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시민사회는 '총장사태' 서술 부분이 아니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0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목차는 제5장 '총장 장기 공석 사태의 시말과 해결'이다. 경북대 70년사 편찬위원회(편찬위원장 주보돈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 목차에서 이명박 정권의 국립대 총장 간선제 변경과 박근혜 정권의 국립대 총장 임용거부 사태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제6장 '대학의 조직과 지표', 제7장 '대학운영 그 허와 실', 제13장 '교수회 대학 민주화의 길' 등 다른 챕터 에서도 총장 간선제 변경→총장 임용거부→2순위 총장(김상동 현 경북대 총장) 임명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경북대에서 발생한 여러 사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했다. 앞선 정권, 교육부, 관료사회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경북대 교수 사회 스스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70년사에 담았다.

경북대 70년사 발췌1 총장 사태 관련 기록 중 일부(2019.5.27)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1 총장 사태 관련 기록 중 일부(2019.5.27)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2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교수 사회 평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2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교수 사회 평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편찬위는 제5장 272쪽에서 "총장 부재 사태가 장기간 지속된 건 대학만 아니라 사회 앞날을 예측케하는 일"이라며 "구성원 모두 심각한 우울을 느낀다"고 했다. 또 "교육부가 그런 일을 유발하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학, 국가 모두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기록했다. 제6장 357쪽에서는 서울대 법인화에 빗대 경북대 당시를 평가했다. 편찬위는 "법인화를 막은 경북대는 성공한 것인가. 정부는 자본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활용해 끊임없이 국립대를 정부 교육정책에 부합하는 대학으로 만들려한다"고 했다. 또 "10년을 되돌아볼 때 모두 성찰과 개혁을 뒤로하고 안일주의에 빠진 게 아니냐"면서 "총장 공석을 방치한 교육부 잘못을 관료주의 막장이라 비판하는 건 식상하다. 진리와 정의를 사수하고 실천적 행동으로 참이 무언지 보여 줘야 할 교수는 학생을 위해 무엇을 했냐"고 되물었다.

제7장 380쪽에선 총장 간선제에 대해 서술했다. 편찬위는 "교육부 강요로 대학 자율을 포기하고 임의추출 총장추천위 선출 방식을 통해 총장을 선출했지만, 특별한 인사가 응모한 것도 아니고 선출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직선도 간선도 아닌 이상항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13장 819쪽에서는 총장 임용거부 사태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편찬위는 "간선제 추천도 교육부는 이유 없이 임명을 거부했다"면서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직선제는 억지로 막고 간선제를 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면 그만, 구시대의 임명제와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22족에서 "교육부 몽니에 구시대 임명제 수준으로 전락했다. 교수회는 유명무실 존재가 됐다. 조상을 팔아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는 양반 같은 형국"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정권의 집요한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대학 독립성,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도전과 시련의 역사"라고 70년사를 마무리했다.

경북대 70년사 발췌3 총장 간선제 도입에 대한 기록 중 일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3 총장 간선제 도입에 대한 기록 중 일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4 총장사태에 대한 서술 내용 중 일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4 총장사태에 대한 서술 내용 중 일부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5 "정권의 집요한 통제와 간섭...시련의 역사"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70년사 발췌5 "정권의 집요한 통제와 간섭...시련의 역사" / 사진·편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보돈 편찬위원장은 편찬 후기에서 "편찬을 담당할 위원을 구성하는 권한 일체와 어떤 간섭도 안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어 편찬을 받아들였다"면서 "춘추필법(春秋筆法.진실을 기록하는 역사 서술법)에 따른 술이부작(述而不作.사실을 서술하되 조작하지 않는다)의 엄정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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