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분양가 상한제도 검토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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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집값 잡기는 대증요법, 불로소득 환수가 원인치료


부동산 대책 백화점

민간택지에 짓는 주택에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관은 7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이제는 때가 됐다"며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실상 공식화하였다. 7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로 내리는 등 당분간 금리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론상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이 오른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덟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다가 작년 9·13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을 제시하자 부동산 시장이 얼마간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기미를 보이자 이제 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건설사가 건설 원가에 비춰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물론 건설사가 부동산 과열을 틈타 폭리를 취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더라도 결국 분양 후 거래 가격이 올라서 최초로 분양받은 자가 불로소득을 가져간다. 불로소득이 건설사에서 신규로 분양 받는 가구로 이동할 뿐이다. 또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으면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고 오히려 투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경향신문> 2019년 7월 22일자 19면(부동산)
<경향신문> 2019년 7월 22일자 19면(부동산)

공급 확대도 정답이 아니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주로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청약자의 다수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은 김현미 장관 스스로도 인용한 통계이다. 그런데 정부는 투기적 가수요도 정당한 수요라고 보는지 작년 12월에는 서울 주변에 ‘제3기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여 100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규모 택지지구를 지정한 데 이어 금년 5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대를 추가 지정하였다.

물론 양질의 주택은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원인을 따지지 않은 채, 가격을 잡으려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순진한 (또는 ‘건설족’의 의도적인) 주장에 말려들면 공급 과잉을 초래하여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몇 년 후에는 건설업과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더구나 지방에 사는 우리 눈으로 보면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하는 역주행이기도 한다.

투기적 가수요가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기적 가수요를 없애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야 하며, 그 가장 좋은 수단은 토지보유세이다. 부동산 중 불로소득은 건물 아닌 토지에서 생기기 때문에 토지에만 보유세를 부과하면 된다. 한국은행이 7월 17일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의하면 우리나라 토지자산은 지난해 약 8,223조 원으로 국민순자산의 52%를 차지한다. 더구나 최근 2년간 15%나 증가하였다니, 엄청난 불로소득이 토지소유자에게 돌아간 것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 2019년 7월 18일자 20면(경제)
<경향신문> 2019년 7월 18일자 20면(경제)

토지보유세로 불로소득 없애야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면 다른 번잡한 투기 대책이 필요 없게 된다. 시중자금이 불로소득을 얻는 쪽이 아니라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투입되므로 경제도 살아난다. 토지보유세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세금을 깎아주면 조세 저항도 줄이는 동시에 경제에 더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율을 내리면 물가가 하락하여 그만큼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소비도 늘어난다. 즉, 논란이 많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비상수단을 쓰지 않아도 시장원리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까지 달성할 수 있다.

요즘 여름 과일이 많이 나온다. 참외 같은 달콤한 과일을 먹고 껍질을 그냥 두면 금방 초파리가 꼬인다. 방충망이 있는데도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부정된 가설, 즉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믿고 싶을 정도다. 초파리 꼬임을 막는 근본적이고 단순한 방법은? 당연히 참외 껍질을 말끔하게 치우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년 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은 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국토는 국민의 집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과일 껍질 치우기를 “세금 폭탄”이라고 왜곡하면서 초파리 편을 드는 세력 앞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정답을 빼놓은 부동산 대책 백화점 대신 단순한 정공법을 밀고 나아가기 바란다.

 
 





[김윤상 칼럼 82]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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