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의료원 노사가 해고자 고공농성과 관련해 사적조정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끝났다. 노사는 이번 주 다시 협의에 들어가지만 재결렬될 경우 노조는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30일 영남대의료원 노사 양측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영남대의료원 노사는 사적조정 3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조정위원(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최성준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노사는 7시간 가까이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사적조정을 마쳤다.
당시 노조는 이 자리에서 해고자 원직 복직과 13년 전 의료원의 노조파괴 의혹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노조 정상화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 요구안에 대해 법과 의료원 규정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마지막까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조정안을 내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오길성, 최성준 두 사적조정 위원은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서 최종 조정안을 낼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필요하다면 조정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사는 이번 주 내에 다시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마지막 회의에는 노조 측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정혜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이인숙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민재 보건의료노조 조직국장, 김진경 영남대의료원노조 지부장, 김지영 영남대의료원노조 사무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사측에서는 김태년 의료원장과 이준 사무국장, 송시연 기획조정처장이 참석했다.
김진경 영남대의료원노조 지부장은 "노조파괴 13년 만에 처음으로 노사가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의료원은 말로만 해결할 의지가 있다고 할 뿐, 사실상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이번 주 안으로 노사가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의료원이 똑같은 입장을 반복한다면 노조는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황성욱 영남대의료원 홍보팀장은 "이번 협의에서 의료원은 열린 자세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고자 원직복직 사안은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고, 노조 파괴 의혹도 의료원과는 관계가 없다"며 사실상 사적조정이 시작되기 전 입장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백현국, 이길우, 함철호)'는 30일 영남대학교의료원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입장만 반복하는 의료원을 규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범시민대책위는 "의료원은 사적조정을 진행하면서 13년전 노조파괴에 대해선 의료원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고, 해고자 원직복직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기존 입장만 반복할 거라면 의료원은 사적조정을 왜 수용했는가. 여론을 의식한 요식행위였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노사 간의 협의는 가능하다. 의료원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편, 노조와 범시민대책위는 고공농성 100일째인 오는 10월 8일 영남대의료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지난 7월 1일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박문진 전 영남대의료원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 전 영남대의료원노조 부지부장은 원직복직과 노조 탄압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병원 74m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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