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보수 성향'의 대구경북 교수·언론인 등 각계 인사 수 백명이 '조국 사퇴' 시국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까지 명단에 포함시켜 명단의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구경북 각계 인사'는 지난 25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파면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대구경북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 명단에는 대표적으로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여박동 전 계명대 부총장, 권혁주 전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우정구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이노수 전 TBC 사장, 정재진 전 대구MBC 보도부국장이 포함됐다. 이 밖에 이들은 지역 대학교 전·현직 교수 50명, 전직 언론인 8명, 변호사 18명, 의사·약사·한의사 51명, 전직 교장·학원 원장 10명, 기업 인사 11명, 전직 지방의원·단체장 6명, 시민단체 인사 10명, 예술가 71명 등 235명의 전체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시국선언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인사들이 "나는 이 선언에 동의하거나 서명한 적이 없다"거나 "이런 시국선언이 있는지도 몰랐다", "해당 시국선언에 동의하지 않을뿐 아니라 조국 장관 임명을 찬성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시국선언 명단에 본인 이름이 도용됐다는 것이다.
이유섭 평화행동 상임대표는 "그 명단에 포함된 사람은 내가 맞다"며 "하지만 나는 동의한 적도 없고 거기에 이름을 불러준 적도 없다. 내 이름을 그냥 가져다 쓴 것이다. 너무 황당하다"고 밝혔다. 또 "나는 대구경북 사람도 아니고 경남 마산 사람"이라며 "이름을 가져다 쓰고 발표하면 끝이냐"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히려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현 사태와 관련해 조 장관 사퇴나 퇴진이 아닌 검찰개혁 촛불을 들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라며 "지금 서초동에 갈 판인데 무슨 사퇴하니 마니하는 TK 시국선언에 내 이름을 쓰는 지 모르겠다. 당장 삭제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손법선 성주사드반대모임중앙위원은 "상황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지인들에게 전화가 와서 '나는 그런 명단에 서명한 적 없다'고 말했는데,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 단체 시국선언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나는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시민인데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명단에서 이름을 지우고 정정보도를 내고 사과하라고 주최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국선언 명단을 모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구경북 각계 인사' 모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여러 경로로 명단을 모으다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대부분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자신의 정치적 뜻과 달리 이름이 도용됐다고 한다면 정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 교수 3,265명의 '조국 사퇴' 시국선언 명단과 관련해서도 앞서 30일 이 명단에 포함된 전주대학교 전·현직 교수 6명이 "자신은 동의한 적 없다"며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