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독립운동가 이름 딴 '왕산광장' 명칭 변경 후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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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 허위 선생 명칭 광장 3년만에 '산동광장' 변경..."원안" / "주민 반대 민원"


왕산의 손자 허경성씨가 장 시장 앞 호소문을 읽고 있다(2019.10.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왕산의 손자 허경성씨가 장 시장 앞 호소문을 읽고 있다(2019.10.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구미시가 지역출신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 이름을 딴 광장을 만들려다 변경해 후손들이 반발했다. 

14일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에 확인한 결과, 구미시는 2016년 주민공청회를 열고 산동면 산동물빛공원에 조성될 광장과 누각 이름을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1855~1908) 선생 호를 따 '왕산광장·왕산루'로 결정했다. 왕산은 구한 말 의병장으로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 독립운동가다. 

하지만 지난 3월 구미시는 지역명인 '산동'을 따 '산동광장·산동루'로 이름을 바꿨다. 광장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왕산 일가 독립운동가 14명 동상도 임은동 왕산허위선생기념관으로 옮기기로했다. 주민 반대 민원을 이유로 갑자기 앞선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왕산의 후손들은 반발했다.

왕산의 손자인 허경성(93)씨는 지난 14일 광복회 대구광역시지부에서 광복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장세용 시장께 드리는 호소문'을 냈다. 허씨는 호소문에서 "구미시가 독립운동가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이름과 동상을 이제와 뒤집어선 안된다"며 "원안대로 복원하고 14명 동상도 산동물빛공원에 설치해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구미시가 동상을 설치하기로 정한 왕산기념관은 장소가 협소하고 오는 사람도 많이 없어 이곳에 동상을 설치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왕산광장 원안 추진 촉구 기자회견'(2019.10.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왕산광장 원안 추진 촉구 기자회견'(2019.10.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수습기자
 
허위 선생 증손자 허윤(65)씨도 "명칭 변경은 시민 다수가 납득할만한 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미 정한 것을 바꿔선 안된다"고 했다. 노수문(59) 대구광복회지부장은 "3.1운동·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해에 독립운동가를 기리지 못할망정 역사를 지워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한 관계자는 "광장명 결정 당시부터 산동 주민들 반발이 있어 민원도 해결하고 왕산기념관도 발전시키기 위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산동면주민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왕산광장·왕산루→산동광장·산동루로 이름 변경 ▲14명의 독립운동가 동상을 왕산기념관에 설치할 것을 구미시에 요구했다. 김시환 산동면주민협의회 사무국장은 "물빛공원 계획은 산동면 확장단지 주민 입주 전에 결정돼 실사용자인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미시는 10월 안에 왕산 후손과 시민단체, 주민 등 관계자들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왕산 허위 선생 / 출처.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왕산 허위 선생 / 출처.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왕산 허위 선생은 1855년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나 1988년 벼슬에 올라 성균관 박사, 중추원 의관, 비서원 승 등을 지냈다. 1905년 주권침략과 자유억압 등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격문을 살포한 혐의로 4개월간 투옥된 후 벼슬에서 물러났다.

1907년 '전국13도 연합의병 창의군'의 군사장을 맡아 1908년 1월 일제를 무찌르고 서울을 되찾기 위해 300여명의 선발대를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약11km)까지 이르렀지만 일본군의 기습으로 패퇴했다.
허위 선생은 의병들을 재집결해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서 항일전을 펼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 같은 해 9월 2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1호 사형수로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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