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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내 꿈

기사승인 2019.10.21  1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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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정 칼럼]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물으면...


어릴 때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 날부터 국민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국민학생이었던 내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선생님이 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를 차별하지 않는 선생님,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선생님,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꿈을 주는 선생님이었다. 나는 종종 선생님이 되어서 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봉고차에 태워 집집이 데려다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기분 좋게 하곤 했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은 고등학교 2~3학년 무렵 바뀌었다. 현실적으로는 국립대 사대에 갈 성적이 되질 않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이 딴 곳으로 옮겨갔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스무 살 무렵부터 나는 세상을 바꾸는 운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살았다. 우리들의 뜻대로 세상이 바뀌면 월급 받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의 바람대로 살고, 민중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나라가 책임져 주는 사회가 되면 월급 받는 시인이나 농부가 되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다. 소박한 내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희망했고, 꼭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 제대로 된 운동가가 되는 것이 시급했고 그래서 노동운동 활동가가 되었다. 대학을 마치지 않고 활동을 본격적으로 했지만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었다. 머지않아 세상이 바뀔 것이고 그때는 뭐가 되어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꼬맹이였던 시절, 아이들을 데리고 간 모임에서 어릴 때 자기 꿈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내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작은아이가 “근데 왜 엄마는 선생님이 안 되고 노동자가 되었어?” 하고 물었다. 나는 서슴없이 “선생님보다 노동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노동자가 됐어.”라고 답했다. 30대 중반 나는 선생님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 활동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했었다.

 
 
▲ 곁을 지키는 것뿐임을...'영남대의료원 해고자 원직복직' 행진하는 필자(맨 앞, 2019.4.24) / 사진 출처. 정은정 페이스북

노동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로 거침없이 살았다. 열심히, 치열하게,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일을 겪은 후 도리어 내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다. 이렇게 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세상은 그렇게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정치체제나 경제체제를 바꾸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이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고 변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제대로 방법을 알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은 여전하지만, 기존의 꿈은 실패했고 새롭게 꿈을 이룰 길을 찾지 못한 채, 자신의 무능함과 무력함을 깨닫고 모질게 부대꼈다. 능력도 힘도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모질게 뒤척이다 나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이나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내가 바뀌기로 했다. 어떤 지위 갖고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지금보다 조금 후에 더 좋은 사람,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사람,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점점, 점처럼 작더라도 보일 듯 말 듯하더라도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다.
 
이제 키가 더 커지지도 않을 거고, 피부가 더 탱탱해지지도 않을 거고, 몸이 더 튼튼해지지도 않을 거고, 머리가 더 맑아지지도 않을 텐데. 그렇다고 돈을 더 잘 벌게 되지도 않을 거고, 국가고시에 합격하거나 전문가 자격증을 따지도 못할 텐데….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려고 한다.

여전히 차별받고 억압당하고 고통을 겪고 아픈 이들이 있는 세상이니 부당함에 맞서 싸울 것이다. 그러나, 그 싸움은 그들을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곁을 지키는 것뿐임을 알아차리고 곁을 지키는 일을 점점 더 많이 할 것이다.

삶의 주인공은 언제나 그 자신임을 잊지 않고 공감도 지지도 연대도 주인공인 그를 향해, 그의 자리를 점점 더 넓혀나가도록 할 것이다.
내가 가진 사회적 힘을 인정하고, 그것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조금씩 높여갈 것이다.
나를 치유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모르는 것을 더 드러내고, 새롭게 더 배워나갈 것이다.

 
 
▲ 어디서 본 글이 좋아서...책상 앞에 붙여둔 그림 / 사진 출처. 정은정 페이스북

내일은 오늘보다 사랑하는 것이 하나 더 많은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위해 힘과 용기를 조금씩 더 쌓아갈 것이다.
책을 더 자주 읽을 것이고, 특히 시와 소설을 읽는 시간을 늘려나갈 것이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점점 더 많이 할 것이다.
종이 한 장도 아껴 쓰고 1회용품 사용을 점점 줄여갈 것이다. 동물 가죽과 털로 만든 것들을 거의 안 살 것이다. 덥고 추워도 잘 견디도록 노력하면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갈 것이다. 혼자 차 타는 걸 줄이고 되도록 더 자주, 많이 걸을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날이 더 친절할 것이다.
매일 매일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서 더 자주 웃고 즐거워할 것이다.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항목들을 더 많이 찾아내서 실행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되지 않아도 충분한 내가 될 것이다.

 
 
 






[정은정 칼럼 2]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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